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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희·기준영 첫 本審 후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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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문학상이 권한다] [1] 2019년 동인문학상 1월 독회

조선일보

윤성희(왼쪽), 기준영


2019년 동인문학상의 첫 본심 후보작으로 윤성희(46)의 장편 '첫 문장'(현대문학)과 기준영(40)의 장편 '우리가 통과한 밤'(문학동네)이 선정됐다.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김화영·김인환·오정희·정과리·구효서)는 최근 독회를 열고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출간된 신간 소설 40여 권 중 먼저 10여 권을 검토한 뒤 두 권을 골랐다. 나머지 미검토작들은 이달 말에 열릴 독회에서 논의된다.

윤성희의 '첫 문장'은 열일곱 살 딸을 사고로 잃은 사내가 가족 해체와 정리 해고를 한꺼번에 겪곤 노숙자로 전락해 전국의 버스 터미널을 떠도는 이야기다. "어린 시절, 나는 네 번이나 죽을 뻔했다"고 시작하는 소설의 주인공은 번번이 운좋게 살아났지만, 사춘기 딸의 죽음을 피하진 못했다. 그 사내가 정처없이 떠돌며 딸을 추억함으로써 그나마 살아간다. 그는 딸의 자서전을 대필하기 위해 '나는 열일곱 살'이라는 첫 문장을 떠올린다. 그가 겪은 소년 시절의 고단한 기억도 겹쳐진다. 아빠와 딸이 상상의 자서전에서 만나는 과정이 절제된 문장을 통해 빚어진다.

심사위원회는 "스토리의 인과관계를 따르지 않더라도 그것을 넘어서 형성되는 소설의 결이나 문장이 잘 드러났기 때문에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다"고 호평했다. "쓸쓸하면서도 긍정적이고, 삶의 신맛을 웃음에 담아 넘어갈 줄 아는 작가의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됐다"는 것. 한 심사위원은 "근래에 읽어본 소설 중 가장 재미있었다"고 극찬했다. "말잇기 놀이와 소설은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니고 있다는 소설 이론이 있다. 윤성희는 그 이론을 구체적 상황에서 실현했다. 가정과 직장에서 단절된 사내가 버스를 타고 빙빙 도는 삶을 그리면서 그 모든 에피소드들이 말잇기처럼 연결돼 빈 틈이 없다. 언어에서 출발해 이야기가 여행인 소설이고, 유머와 비애가 넘치면서 매순간 동사(動詞)에 의해 삶이 결정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썼다."

기준영의 '우리가 통과한 밤'은 레즈비언의 사랑을 본격적으로 다룬 소설이다. 요즘 동성애가 한국 문학의 주요 경향이 된 현상을 대표한다. 39세 연극배우가 22세의 관객을 만나 서로에게 끌리면서 저마다의 결핍을 차츰 메워가는 이야기다. '나는 웃음 지었고, 그애도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그게 내가 기억하는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로 도입부를 꾸민 소설이다.

심사위원회는 "기준영은 굉장히 독특하면서 재미있는 작가"라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 "동성애를 다룬 데서 그치지 않고 삶을 새롭게 보도록 하는 재주가 있다"는 것. 한 심사위원은 "소설 내용이 지닌 정서와 문장을 어딘가 어긋나게 만든 부분이 반드시 있다"며 "두 사람을 붙여놓고 무너질 것 같으면서도 균형감을 유지한다"고 풀이했다. 한 심사위원도 "가능성이 상당히 많은 작가"라고 추천했고, 한 심사위원은 "초기 단편에서부터 이상하게 끓어오르는 정념이 들어 있었다"고 평가했다.





[박해현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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