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국가인권위원회가 국방부가 ‘양심적 병역거부’ 대신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라는 용어를 사용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9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방부의 입장이 대체복무제에 관한 국제인권기준과 헌법재판소 결정 및 대법원 판결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병역거부 행위가 개인이 가진 양심의 보호와 실현이 아닌 종교적 신념과 가치에 따른 행위로 비춰질 소지가 있다는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방부는 대체복무제 용어를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국민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앞으로 ‘양심’, ‘신념’, ‘양심적’ 등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로 용어를 통일하여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최 위원장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것은 단순히 특정 종교나 교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며, 인류 공통의 염원인 평화를 수호하기 위하여 무기를 들 수 없다는 양심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특정 종교를 이유로 하지 않고 기타 신념에 따라 병역거부를 한 사람이 2000년 이후 80여명에 이르는 점은 병역거부가 단순히 종교적 신념만을 이유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1980년대 후반부터 유엔 인권위원회와 자유권규약위원회 등 국제사회는 병역거부를 세계인권선언과 자유권규약이 규정하는 사상·양심 및 종교의 자유의 권리에 근거한 권리로 인정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 (Conscientious objection)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유엔 인권위원회는 1989년 결의 제59조에서 병역거부를 ‘사상·양심 및 종교의 자유에 대한 정당한 권리의 실행으로서 병역에 대한 양심적 거부를 할 수 있는 모든 이의 권리’로 명시했다”며 “1998년 결의 제77조에서는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하면서 병역거부권이 종교적, 도덕적, 윤리적, 인도주의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서 발생하는 심오한 신념 또는 양심에서 유래하는 것임을 밝히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다루었다”고 부연했다.
최 위원장은 “인권의 다양성 원칙을 바탕으로 한 양심의 자유는 국내외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는 대체복무제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며 “이를 염두에 두어 향후 논의 과정에서 바람직한 대체복무제가 도입될 수 있도록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논의가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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