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the L] "돈 가족한테 보내준다" 거짓말하고 노역 강요…태평양전쟁 종전 후 귀국해 손배청구

지난달 26일 오후 부산 동구 일본총영사관 앞 평화의소녀상 옆에서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본부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 부산여성행동 등 시민단체회원들이 강제징용노동자상 모형을 평화의 소녀상 옆으로 옮기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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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범기업 히타치조센에 징용돼 강제노역을 한 피해자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2심에서도 승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9부(부장판사 고의영)는 11일 강제징용 피해자 이모씨(96)가 일본 전범기업 히타치조센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히타치조센이 이씨에게 5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경북 영양군에서 거주하던 이씨는 1944년 9월 강제징용돼 일본 오사카 소재 히타치 조선소와 방파제 보수공사장, 터널공사장 등에서 노역했다. 히타치조센은 이씨에게 집에 월급을 보내준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노역을 강요했다.

이듬해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 후 일본이 항복을 선언하면서 태평양전쟁은 끝이 났다. 이씨는 이때쯤 밀항선을 타고 귀국했다. 이후 휴일도 없이 매일 일본에서 일했지만 급여를 받지 못했다며 강제노역으로 인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지난 2014년 11월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소송을 제기할 때까지 이를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인 장애사유가 있었다"며 이씨에게 손해배상 청구권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기업 측이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며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채무 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어떤 부상이나 신체 피해를 입었다는 점은 밝혀진 바 없다고 해도 일본국의 침략전쟁에 적극 협조해 불법적으로 징용하고 이씨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아무런 보호조치 없이 원치도 않는 노역에 종사하게 한 불법성의 정도, 패전 이후에도 이씨를 방치해 이씨가 위험을 무릅쓰고 밀항해 귀국했던 점, 70년 이상 기간이 경과해 통화가치 등에 상당한 변동이 생긴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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