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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이슈 [연재] 경향신문 '해외축구 돋보기'

[해외축구 돋보기]두드려도 두드려도…‘장벽’이 된 데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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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 골키퍼, 신들린 듯한 선방쇼

토트넘 21개 슛 한 개도 통과 못해



경향신문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골키퍼 데헤아가 14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 프리미어리그 토트넘과의 원정경기 도중 상대편 해리 케인의 슈팅을 오른발을 뻗어 막아내고 있다. 런던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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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왼쪽 백 루크 쇼는 14일 토트넘을 1-0으로 물리친 뒤 트위터에 삽화를 올렸다. 골키퍼 다비드 데헤아가 맨유 골대에 철문을 내리고 있는 그림이었다. ‘미안하지만 일요일에는 문을 열지 않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데헤아는 이날 ‘만리장성’이었고, ‘장벽’이자 절대 뚫리지 않는 ‘방패’였다. 조조의 백만 대군을 막아선 장판교 위의 장비처럼 토트넘이 날린 21개의 슛을 단 한 개도 통과시키지 않았다. 결승골을 넣은 것은 마커스 래시퍼드였지만 토트넘을 진짜 무너뜨린 것은 데헤아였다.

토트넘 공격수 델레 알리의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후반 21분 알리는 역습에서 골키퍼와 1-1로 맞서는 절호의 동점골 기회를 잡았다. 알리가 반대쪽 골문을 보고 찼지만 각도를 좁히고 나온 데헤아의 발에 걸렸다. 알리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탄식을 토해내더니 곧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거대한 벽 앞에서 좌절한 한 인간의 절망스러운 몸짓이었다. 알리는 후반 초반에도 결정적인 헤딩슛이 데헤아에게 막힌 바 있었다.

데헤아라는 ‘장벽’에 절망한 것은 알리만이 아니었다. 토트넘 골잡이 해리 케인은 7개의 슛을 날렸지만 모두 무위에 그쳤다. 후반 41분 완벽한 퍼스트 터치로 수비를 따돌린 뒤 날린 왼발 슈팅마저 쭉 뻗은 데헤아의 발에 걸렸다. 데헤아는 후반 25분 토비 알데르베이럴트가 문전에서 감각적으로 돌려놓은 슛마저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막아냈다. 데헤아는 이날 4개의 결정적인 슈팅을 발로 선방해 골키퍼 중 발을 가장 잘 쓴다는 평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데헤아가 이날 기록한 세이브만 11개. 2017년 12월 아스널전에서 세웠던 14개 세이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세이브 기록이다. 가디언과 ESPN 등은 신들린 듯한 선방쇼를 펼친 데헤아에게 10점 만점을 줬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데헤아가 차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후반전 경기력은 내가 본 토트넘 경기 중 가장 환상적이었다”면서 “이길 만한데 이기지 못하고, 경기력이 나쁜데도 이기는 게 축구”라고 한탄했다.

데헤아를 앞세운 맨유는 솔샤르 임시 감독 부임 이후 6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승점 41점으로 5위 아스널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4위 첼시와의 격차도 어느새 6점으로 좁혀 ‘톱4’를 사정권에 두게 됐다. 데헤아가 말했다. “이것이 진짜 맨유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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