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생존자, 정부 등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승소
법원 "현재까지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고통"
생존자들이 2015년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에 따른 배상을 거부하고 소송을 제기한 지 4년 만이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민사1부(부장 손주철)는 세월호 생존자 20명(단원고 학생 16명, 일반인 생존자 4명)과 가족 등 76명이 국가와 선사인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고 14일 밝혔다.
2014년 4월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세월호 실종자 가족이 무사귀환을 바라는 노란 손수건들을 보며 걷고 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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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생존자에겐 1명당 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단원고 학생 생존자의 부모와 형제자매·조부모의 위자료는 각각 1600만원, 400만원으로 정했다.
일반인 생존자의 경우 배우자는 3200만원, 부모는 1000만원, 동생은 2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했다. 소송 과정에서 소를 취하한 일반인 생존자 1명을 제외한 19명의 생존자와 가족 모두 위자료 지급 대상에 포함됐다.
법원은 청해진해운이 세월호를 증·개축하는 과정에서 복원성(배가 기울어졌을 때 다시 돌아오는 힘)이 약화했는데도 복원성을 유지할 수 있는 화물 최대치(1077t)를 초과한 2142t의 화물을 실어 참사가 났다고 봤다. 컨테이너 잠금장치가 없는 화물칸에 컨테이너를 2단으로 싣고 일반 로프로 묶는 등 규정을 위반한 점도 거론했다.
전남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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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부실하게 고박된 화물이 좌현으로 기울면서 복원력을 상실해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이 승객에 대한 구호 조치 없이 해경 구명 단정에 탑승해 퇴선하는 등 위법행위를 한 점도 모두 인정했다. 해경도 승객들의 퇴선을 유도하지 않는 등 구호 조치에 소홀하면서 참사의 책임이 있다고 했다.
법원은 "대형재난사고는 가해자의 불법성에 대한 비난의 정도가 매우 크고 다수의 피해자에게 잔혹한 결과가 발생하지만, 원인과 책임 소재의 규명·배상이 오랜 기간 계속되는 경향이 있다"며 "피해자 등의 정신적 고통이 심하게 가중되는 점 등이 위자료 산정의 중요한 참작사유로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생존자들은 세월호 선장 등이나 구조세력으로부터 하선 안내조치나 구조조치를 받지 못한 채 뒤늦게 탈출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고 긴 시간 동안 공포감에 시달리면서 극심한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현재까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 불안 증상 등으로 지속적인 고통을 받고 있고 관련 분쟁으로 정신적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고 판시했다.
대한민국 법원 이미지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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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대한민국도 세월호 수습과정에서 정확한 구조·수색정보를 제공하거나 현장 통제조치를 취하지 않아 혼란을 초래했다"며 "체계적 의료·심리 지원을 하지 않고 피해자 등에 대한 지원대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하거나 과다홍보해 원고들을 2차 피해에 노출되도록 해 큰 상처를 남겼다"고 덧붙였다.
이번 세월호 참사 생존자들에 대한 배상 판결은 지난해 7월 희생자 유가족에 의한 손해배상 소송에 이은 것이다. 당시 법원은 국가와 청해진해운의 배상 책임을 인정해 희생자 1명당 2억원, 친부모는 각 4000만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원의 김도형 변호사는 "법원이 국가가 생존자의 고통도 책임져야 하고 세월호 참사 수습 등의 과정에서 발생한 정부의 2차 가해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안산=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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