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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 (월)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노 딜' 브렉시트 우려에 英 일부선 식품·의약품 '사재기'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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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 "'노 딜' 대비하는 '프레퍼족' 늘고 있다" 보도

연합뉴스

英 화물운송업계 '노 딜' 대비 예행연습 [AP=연합뉴스]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남편, 세 자녀와 함께 런던 교외에 사는 조 엘가프는 스스로를 이른바 '프레퍼족'(prepper)이라고 부른다.

프레퍼족이란 각종 재난에 대비해 스스로 생존 준비에 나선 사람들을 뜻한다.

엘가프가 준비하는 재난은 영국이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이른바 '노 딜'(no deal) 브렉시트(Brexit)다.

'노 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영국 사회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마크 카니 총재는 별도 전환(이행)기간 없는 '노 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1970년대 '오일쇼크'와 유사한 충격이 영국 경제에 가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영국과 EU 간 국경 장벽으로 인해 식료품과 의약품 등 생필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브렉시트 반대 페이스북 그룹인 '48% 프레퍼' 회원인 엘가프는 얼마 전부터 개인적으로 '노 딜' 브렉시트 준비를 해왔다.

부엌 선반에 파스타와 소스, 쌀, 통조림, 세제 등을 채우기 시작한 것이다. 야채 통조림의 경우 평소라면 엘가프가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품목이지만 지금은 다르다.

엘가프는 가족이 한 달에서 6주가량 지낼 수 있는 생필품 준비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48% 프레퍼'에는 요즘 하루에만 100∼200명가량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다.

엘가프는 "스위스에서는 사람들이 보통 2주 정도의 생필품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면서 "폭설에 취약하기도 하지만 (주변국과 사이에)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유럽학을 전공했고 식품산업에 종사하는 그녀는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노 딜'이 발생하면 생필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식품만이 아니다. 그녀의 네 살짜리 딸은 선천성기형을 갖고 있다. 평소에도 여러 약을 준비해놓고 있는데 특히 뇌전증 관련 두 종류의 약품이 없으면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발작이 일어날 수 있다.

이들 약품은 모두 수입해야 하는데, 한 달 이상치를 처방받을 수도 없다.

의사들은 "괜찮을 겁니다"라고 안심시키지만 그녀는 "딸아이의 생명이 위태로울 가능성이 있다면 '괜찮다'는 말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브렉시트가 두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엘가프 가족과 같이 '노 딜'에 대비해 생필품 등의 '사재기'에 나서는 프레퍼족이 늘어나고 있다고 일간 가디언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하원은 이날 오후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승인투표를 실시할 예정이지만 현재로서는 부결이 확실시된다.

합의안이 부결되면 '노 딜' 브렉시트 가능성도 한층 커지게 된다.

연합뉴스

"노 딜, 노 EU, 노 메이"
(런던 EPA=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중심가에서 열린 극우 영국독립당(UKIP) 지지자들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촉구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노 딜, 노 EU, 노 메이' 문구가 쓰인 손팻말을 들고 있다. ymarshal@yna.co.kr



이들 프레퍼족은 루머에 쉽게 휘둘리거나, 남들보다 특별한 성격을 가진 것도 아니다.

다이앤 코일은 영국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의 공공정책학 교수이자 경제학자다. 전직 재무부 고문을 맡기도 했던 그녀 역시 생필품 비축에 나선 사람 중 한 명이다.

코일은 "문제는 공급망에 있다"면서 "당신이 오늘 슈퍼마켓에서 사는 물건은 어젯밤에 도로에서 운송됐다는 의미"라며 "만약 '노 딜'로 인해 12시간만 운송에 문제가 생겨도 (슈퍼마켓의) 선반이 채워지는 것이 중단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코일은 "단지 EU로부터 수입하는 품목이나 신선식품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것들이 그렇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일은 금융위기 전에는 현금을 준비한 적이 있다.

코일은 "금융위기 당시의 메시지는 은행이 서로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는데 왜 내가 은행을 믿었어야 했나"라며 만약을 대비해 은행에서 돈을 인출한 뒤 쌓아뒀다고 전했다.

결국 현금을 사용하게 되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실제 당시 현금인출기 사용이 중단될뻔한 위기가 있었다고 코일은 설명했다.

그녀는 '노 딜'이 발생해 실제 생필품 공급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는지를 묻자 "'노 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이들이 있다"면서 "90%는 브렉시트 협정을 맺을 것이라고 보더라도 만약을 대비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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