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미국 빠진 시리아 내전, 왜 모두 '쿠르드'에 관심이 쏠릴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쿠르드 점령지역, 시리아 주요 유전지대에 위치
터키가 제안한 안전지대, 시리아에서 터키로 지나가는 송유관 길목들
세계 산유국, 석유시장 전체 이권이 달린 시리아내전... 쉽게 끝나지 않을 것

아시아경제

지도상에서 노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쿠르드 민병대의 점령지로, 시리아 내 주요 원전들이 배치돼있는 지역이다.(자료=아시아경제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터키정부가 시리아 북부 국경에 폭 20마일에 달하는 '안전지대'를 설치하겠다고 밝히면서 시리아 내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터키가 사실상 시리아 북부일대 쿠르드 점령 지역들을 자국 군대로 점령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쿠르드족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시리아 정부 및 반정부군과의 협상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돼 가까스로 봉합 국면으로 가고 있던 시리아 내전이 더욱 장기화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IS 토벌전의 동맹으로 쿠르드를 뒤에서 받쳐주던 미국이 발을 빼겠다고 선언하자마자, 시리아 유전의 가장 큰 노른자위에 놓여있는 쿠르드 점령지를 놓고 주변 열강들의 각축전이 이어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등 외신들에 의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전화통화상에서 시리아 내 쿠르드를 공격치 말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시리아 북부 일대에 완충지대 형태의 '안전지대'를 창설하자 제안했지만 구축과 관리주체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후 에르도안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미군철수 후 터키가 시리아 북부에 안전지대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와 시리아간 950km에 달하는 북부국경지대에 폭 32km에 달하는 안전지대를 구축하고, 이 지역 안보를 터키군이 책임지겠다는 것.

당장 쿠르드 민병대는 이 제안에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안전지대 구축방안에는 기꺼이 협력하겠지만, 유엔군이 배치되는 완충지대가 아닌 다른 형태의 안전지대에는 반대하겠다고 밝힌 것. 당장 북부 영토가 대폭 줄어들 시리아 정부측이나 러시아, 시리아 반군측에서도 터키의 일방적인 안전지대 구축발표에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시리아 내전이 더욱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아시아경제

시리아의 주요 유전, 송유관 및 가스관이 표시된 지도. 석유생산이 많은 주요 유전지대는 동북부와 동남부에 밀집돼있으며, 대부분 현재 쿠르드 민병대가 점령하고 있다.(자료=에너지경제연구원, 미국에너지관리청)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실 미국이 시리아에서 철군을 발표할 때부터 쿠르드 점령지를 놓고 분할 각축이 벌어질 것이란건 예상됐던 일이었다. 쿠르드 민병대가 점령한 시리아 동부와 북부일대가 시리아의 대규모 유전들이 밀집한 석유생산기지들이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의하면 시리아내전 발발 전인 2011년 시리아 정부가 발표한 셰일오일 매장량은 약 500억톤이었고, 2015년 추정 석유 확인매장량은 25억배럴에 이르렀는데, 대부분의 석유 및 셰일가스 매장지역이 쿠르드 민병대가 점령한 동부와 북부에 밀집해있다.

또한 이 지역들은 시리아에서 터키국경으로 넘어가는 주요 가스관과 송유관들도 집중된 지역이라 어느나라가 점령하느냐에 따라 세계 석유시장에 미칠 파장 또한 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단순히 이 지역에 매장된 막대한 석유자원 뿐만 아니라 시리아의 지정학적 위치 자체도 매우 중요한 변수다. 시리아를 지나가는 송유관들은 중동의 주요 송유관들이 터키를 거쳐 유럽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경제

유럽으로 수출되는 가스관을 손보고 있는 러시아 천연가스기업 가즈프롬 직원 모습. 러시아가 유럽으로 들어가는 천연가스관을 외교상 자원무기로 자주 활용하면서 중동과 유럽 송유관을 연결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사진=www.gazprom.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까지 석유시장은 중동의 산유국들, 즉 OPEC 국가들이 전체 석유시장의 80% 가까이를 차지하고 미국이 막대한 석유를 수입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미수출을 위한 해안지대 장악이 중요했다. 이라크를 중심으로 펼쳐진 걸프전과 이라크전은 걸프만을 중심으로 원거리 원유수출이 이뤄지던 과거 석유시장의 매커니즘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셰일오일 및 가스를 이용해 본토에서 대규모로 석유를 생산하기 시작, 2014년부터 중동원유 수입을 대폭 줄이고 오히려 2017년부터 원유생산 1위 국가로 바뀌면서 석유시장은 대격변을 겪었다. 미국의 원유수출로 중동석유의 또다른 큰 시장인 중국의 미국 원유수입이 전체 수입의 20%대를 넘어서는 등 시장이 재편되자 OPEC 국가들의 석유시장 점유율은 30%대로 추락했고 국제원유가격도 급락했다.

결국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지리적으로 가깝고 난방용 가스수입이 많은 유럽시장이 중동 산유국들이 잡아야 할 가장 큰 손으로 바뀌었다. 유럽국가들 역시 기존 유럽에 막대한 천연가스와 석유를 공급하던 러시아가 2014년 크림사태 이후 유럽연합(EU)과의 갈등, 경제제재가 이어지면서 중동과 송유관을 연결하는 것이 지상과제가 됐다. 유럽국가들 입장에서는 자주 유럽으로 수출되는 에너지를 외교적 무기로 활용하는 러시아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면서 안보 위험이 우려되지만, 그렇다고 운송료가 25%이상 비싼 미국이나 중동산 원유 및 천연가스를 쓰기에는 비용 문제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로인해 유럽연합은 미국 측과 함께 새로운 파이프라인 건설을 끊임없이 모색해왔다. 그 길목에 놓인 시리아의 내전과 지역분할은 열강들의 각축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단순한 일국의 내전이 아니라 석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가 함께 숨어있는 셈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