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주17시간 이하 초단기 근로자 152만명 `역대 최대`
생계형 알바생 "3~4개씩 일해야할 판"…생활비에 타격
취미형 알바생은 "선택지 더 다양해져"…시간활용 좋아
16일 서울 송파구의 한 카페에서 알바를 구하는 모습. 공고에는 최지임금(8350원)보다 낮은 8000원이 시급으로 적혀있다. 카페 관계자는 작년 공고인데, 아직 수정을 못 했다고 말했다. (사진=황현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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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생활비를 직접 벌어야 하는 입장입니다. 결국 쪼개기 아르바이트(알바) 2개를 뛰기로 했습니다.”(박철만씨·24세)
“자투리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하게 된 알바입니다. 오히려 쪼개기 알바가 더 편하고 좋습니다.”(천진주씨·25세)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이른바 `쪼개기 알바`가 성행하는 가운데 알바생들의 반응은 이처럼 대조적이었다.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생계형 알바생은 선택지가 줄었다며 한숨을 쉬고 있는데 반해 남는 시간을 활용하려고 알바를 하는 취미형 알바생은 내심 반기는 모양새다.
◇고용주 “최저임금·주휴수당 부담에 쪼개기 알바 선호”
올해 최저임금은 8350원으로 지난해보다 820원 올랐다. 게다가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근무할 때 추가로 지급되는 주휴수당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최저임금은 1만30원에 이른다. 고용주는 올해부터 주휴수당을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 포함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는다. 이에 인건비를 줄이려는 고용주들은 “주휴수당이라도 덜 주자”며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기 일자리인 쪼개기 알바를 모집하고 있다.
20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주일에 17시간 이하로 일하는 초단기 근로자는 152만명이었다. 전년에 비해 15만 8000명(10.4%)이 증가했다. 초단기 근로자는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80년대 이래 가장 많았다. 최저 임금 인상 등으로 초단기 일자리가 많아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
서울 성북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성모(54)씨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서빙 알바생을 3년 넘게 고용해 왔지만 지금은 낮 시간대와 저녁 알바생을 따로 뽑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 부담이 너무 커 쪼개기 알바를 모집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알바생이 근무를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표현과 연관 없음.(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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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알바생의 속내…전문가 “임금 인상에 쪼개기 알바 계속 늘 것”
쪼개기 알바가 성행하면서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생계형 알바생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역 인근 카페에서 알바를 하는 황모(25)씨는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입장인데 고용주들이 초단기 알바밖에 구하지 않아 알바를 한 달넘게 찾았다”며 “결국 원하는 알바를 찾지 못해 쪼개기 알바 3개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면 쪼개기 알바를 선호하는 알바생도 있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거나 스펙을 쌓으려고 알바를 하는 일명 취미형 알바생의 경우다. 이들은 쪼개기 알바를 선호하는 이유로 △업종 선택지가 많아진 점 △시간 활용이 가능한 점 △체력 부담이 적은 점 등을 꼽았다. 취업준비생 김은비(23)씨는 일주일에 2번 스터디카페에서 4시간씩 알바를 한다. 김씨는 “학원 일정이 없는 날을 골라서 짧게 알바를 할 수 있어서 좋다”며 “부지런히 살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알바이기 때문에 굳이 오랜 시간 알바를 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취업사이트 알바몬이 알바생 118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중복응답)한 결과 취미형 알바생의 비중은 작지 않았다. 취미형 알바를 하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들은 △물건을 사기 위해서(27.9%) △여러 일을 하기 위해(17.5%) △해외 여행을 가기 위해(14.9%) △직무를 쌓기 위해(12.1%)라고 답했다.
대학원생 최종학(28)씨도 “다양한 일을 경험하고 싶어서 알바를 한다”며 “하루 3시간씩 주 4회 뉴스스크립트 관련 알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알바가 많아진 것 같다. 단기 알바를 선호하는 입장으로서 선택지가 많아진 셈”이라고 덧붙였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임금이 계속 올라가는 추세에서 쪼개기 알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유연한 일자리·단기 일자리 형태로 넘어가는 거대한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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