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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사설]‘레이더 증거’ 내놓지 않고 협의 중단 일방선언한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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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방위성이 21일 ‘한국 레이더 조사(照射) 사안에 관한 최종견해에 대해’라는 성명을 홈페이지에 발표하고 “진실 규명에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협의 계속은 이미 곤란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군이 레이더를 쏘았다는 ‘새로운 증거’라며 ‘화기관제용 레이더 탐지음’ ‘수색용 레이더 탐지음’이라는 이름의 음성파일 2개도 함께 공개했다. 일본이 레이더 논란을 일으킨 지 꼭 한 달이 되는 날, 일방적으로 공세를 취한 뒤 협의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한·일 양국이 사실에 기초해 냉정하게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지난 한 달간 이 문제를 대하는 일본의 태도를 보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처음부터 공세를 취했다. 방위성은 연 사흘 동안 “명확한 적대행위로, 사죄하라”고 하더니 마지막에는 외무성이 나서 유감 표명과 함께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일본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다. 일본이 레이더의 종류를 착각했거나 사안을 과장한 정황이 강해졌다. ‘명백한 적대행위’로 규정하면서 초계기가 계속 저공비행하는 장면에 일본 내부에서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일본 측은 지난 14일 싱가포르에서 개최한 한·일 장성급 협의에 레이더 전문가도 참여시키지 않았다. 문제를 풀겠다는 진실한 자세가 아니다.

일본이 새로 내놓은 탐지음이라고 하는 것은 해상초계기의 레이더 경보 수신기에 기록된 음이다. 하지만 이 경고음만 공개하면 어떤 레이더 전파에 맞았는지 규명할 수 없다. 당시 현장에는 여러 종류의 레이더가 운용되고 있어서 시간과 방위까지 다 밝혀야 레이더를 특정할 수 있다. 또 이 탐지음은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는 음파라고 한다. 황당하다. 결국 일본은 한 달 내내 일방적으로 자기 주장만 하다 증거를 내놓으라고 하자 협의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일본의 일방적 협의 중단으로 이 문제는 진상 규명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하지만 이런 일을 그대로 두고 갈 수는 없다. 일본이 진정 한·일관계를 유지·발전시키고 싶다면 일본이 주장한 대로 증거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 초계기가 레이더 전파를 맞은 일시와 방위, 그리고 레이더의 주파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는 로그파일을 공개해야 한다. 이를 회피하는 것은 일본이 처음부터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가기 위해 한국군의 정상적인 작전을 논란거리로 만들었음을 자인하는 셈이다. 일본은 양국의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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