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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영월)=김성진 기자] 안성기 박중훈의 환한 웃음이 떠오르는 영화 ‘라디오 스타’, 물보라를 튀기며 구비구비 휘돌아가는 물줄기를 뚫고 내달리는 ‘동강 래프팅’. 강원도의 작은 도시 영월의 첫 인상은 그래서 유쾌하다. 한 맨션 아파트에는 영화배우 안성기와 박중훈의 캐리커쳐와 영화 속 장면 스틸사진을 벽에 새겨놓았을 정도로 ‘라디오스타’는 영월의 아이콘처럼 자리잡았다.
하지만 길쭉한 영월군을 끝에서 끝으로 구석 구석 돌아다니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비운의 임금’ 단종의 흔적을 마주하게 된다. 권력에 눈이 먼 삼촌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단종에서 노산군으로 강봉돼 머나먼 영월땅 고립무원 청령포에 유배된 단종. 그는 두어달 만에 장마로 인해 거처가 물에 잠기자 관풍헌으로 처소를 옮긴 뒤 그곳에서 열여섯 한 많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이런 단종의 짧았던 생의 마지막 흔적과, 살고 싶었으나 죽어야했던 그를 흠모하던 백성과 충신들의 모습도 관풍헌, 낙화암, 청령포, 장릉 등에서 희미하게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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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이런 박물관이 있었나’ 싶을 만큼 다양한 장르의 박물관이 24개나 운영되고 있어 관광객들이 ‘스탬프 투어’를 즐기는 재미가 있다. 해발 799m 봉래산에 위치한 별마로 천문대는 낮에는 탁 특인 시야로 주위를 둘러보고, 밤에는 하늘의 달과 별을 관찰할 수 있다. 다슬기해장국, 막국수, 메밀만두, 메밀전병 등 토속적인 먹거리는 덤이다.
▶낙화암, 청령포, 관풍헌, 장릉…곳곳에 서린 ‘단종애사端宗哀史)’
청령포와 장릉은 많이 알려진 곳이다. 영월군 남면 광천리 남한강 남한강 상류에 위치한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는 삼면을 강이 휘돌아 감고, 서쪽은 험준한 암벽이 솟아 있어 배를 타지않고는 벗어날 수 없는곳이다. 주위엔 소나무 뿐, 한양의 궁궐을 그리워했던 단종은 소나무와 얘기를 나누거나 처소 옆 바위 노산대에 올라 한양쪽을 바라보며 앉아있곤 했다고 한다. 그나마 이곳에서의 생활도 두어달 남짓 뿐, 물이 불어나 영월부 객사인 관풍헌으로 옮긴 단종은 1457년 숨을 거뒀다.
단종과 관련된 장소로 낙화암이 있다. 라디오스타 박물관 옆에 있는 금강공원을 걸어들어가면 10여미터 남짓되는 절벽이 나온다. 아눈 단종이 승하한 뒤 그를 모시던 시녀와 시종들이 이 곳에서 투신했고 그모습이 떨어지는 꽃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들의 위패를 모신 민충사도 인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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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의 묘역인 장릉은 1970년 사적 제196호로 지정되었으며,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장릉 주위의 소나무는 모두 능을 향해 절을 하듯 굽어있다고 한다.
단종을 죽음으로 내몬 당시 분위기에서 그의 시신이라도 수습하려면 목을 내놓아야했으나, 영월의 호장(이방) 엄흥도가 이를 동을지산 자락에 묻었다고 한다. 1541년 영월군수 박충원이 묘를 찾아 정비를 했으며, 국가적으로 단종이 왕의 핏줄을 가진 이였다는 것을 인정하는데는 200년이 흘러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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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가 조성된 언덕 아래쪽에는 단종을 위해 순절한 충신을 비롯한 264인의 위패를 모신 배식단사, 단종의 시신을 수습한 엄흥도의 정려비, 묘를 찾아낸 박충원의 행적을 새긴 낙촌기적비, 정자각·홍살문·재실·정자 등이 있다. 왕릉에 사당·정려비·기적비·정자 등이 있는 곳은 장릉뿐인데 이는 모두 왕위를 빼앗기고 죽음을 맞은 단종과 관련된 것들이다.
단종 역사관에는 단종의 탄생부터 17세에 죽음에 이르기까지 일대기를 기록한 사료가 전시되어 있다. 또 창덕궁을 지나 강원도 영월에 이르기까지 단종의 유배 경로를 표시해둔 사진을 통해 단종의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단종이 유배되어 있던 청령포의 옛 사진과 유배를 갈 당시에 관리들과 단종의 모습을 재연해 놓은 밀납인형도 전시되어 있다. 단종 역사관을 나와서 길을 따라 걸으면 단종능으로 산책로가 이어진다.
▶라디오스타박물관 등 다양한 박물관과 천문대
영화 ‘라디오스타’의 촬영지였던 전 KBS 영월지국을 개조해 만든 라디오스타 박물관을 필두로 영월에는 무려 24개의 다양한 박물관이 운영되고 있다. 김삿갓의 일생을 모아놓은 ‘난고김삿갓 문학관’, 동상사진박물관, 조선민화박물관, 강원도탄광문화촌,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 등 문화 예술은 물론 이색 전시관도 흥미를 끈다. 수백년된 중국의 다기를 모아놓은 호안다구박물관에서는 차를 마시며 해설을 들을 수도 있고, 화석ㆍ동굴생태ㆍ생태공원 등 지질학적으로도 연구가치가 높다는 영월의 특색을 담은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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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래산 정상에 자리잡은 별마로 천문대는 가족들에게 인기가 높다. 탠덤 패러글라이딩도 즐길 수 있으며, 활공장의 뷰는 탄성을 자아낸다. 동강이 구비구비 흐르는 영월과 겹겹이 둘러싼 봉우리들 사이로 해가 뜨는 모습은 장관이다. 천문대는 굴절, 반사 망원경을 통해 달과 별을 관찰할 수 있어 여름에는 30분 간격으로 이어지는 관람기회를 잡기위해 예약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어라연, 선돌, 한반도지형 등 절경 가득
영월은 자연이 빚어낸 명소가 많다. 영월읍 방절리 서강 변에 위치한 선돌은 절벽 옆에 떨어져 서 있는 70m 높이의 거대한 돌탑같은 모습과 그 뒤로 흐르는 강줄기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선돌은 원래 왼쪽의 절벽과 하나였으나 고생대(5억8000만년전~2억5000만년전)에 석회암사이로 스며든 빗물에 서서히 사이가 갈라지고 벌어지면서 따로 떨어져나온 기둥이 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수억년간 자연이 만들어낸 예술작품인 셈이다.
고기가 비단결같이 떠오른 연못이라는 뜻을 가진 ‘어라연’은 동강의 비경이다. 일명 삼선암이라고도 하며 정자암이라고도 한다. 기이한 바위와 솔숲, 3개의 소가 어우러진 어라연은 동강의 백미로 꼽힌다. 그만큼 접근이 쉽지 않아 한바퀴 돌아오는 트래킹이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이밖에 예능프로그램인 1박2일에 소개돼 잘 알려진 한반도지형도 영월지역 특유의 자연환경이 빚어낸 걸작이다.
이처럼 암석이나, 지층, 절리 등 지질학적으로 가치가 높은 영월은 태백 정선 평창과 함께 지난 2016년 ‘강원고생대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받은 곳이다. 인증지역은 영월군의 31.9%에 달하는 634.11㎢로 어라연, 청령포, 한반도지형, 선돌, 요선정, 고씨동굴 등이다.
이 지역은 4∼5억년 전 형성된 고생대 퇴적암 표식지로 우리나라에서 고생대 지층이 가장 잘 발달돼 있는데다 많은 지질자원이 천연기념물과 명승으로 지정돼 있어 학술·경관적 가치가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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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맑고 깨끗한 자연환경을 가진 덕에 영월은 먹거리도 자연친화적이고 풍성하다. 흔히 볼 수 있는 곤드레밥은 물론이고 메밀전병, 메밀만두, 막국수 등 메밀을 이용한 음식들이 입맛을 돋군다. 서부시장에 가면여기저기서 메밀전병 부쳐내는 고소한 냄새가 진동한다. 외지인은 잘 모르고 영월사람들이 즐겨찾는 한 식당은 산초기름을 뿌려 직접 부쳐먹는 재미까지 있는 산초두부와 메밀김치만두가 손님의 발길을 끈다. 우거지와 함께 끓여낸 다슬기해장국은 아침에도 줄을 서야 할 정도다.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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