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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지잡대가 그렇지 뭐”…‘교수 갑질’ 논란에도 ‘지잡대’가 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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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최근 세종특별자치시 소재 한 대학 연기과 교수 송모씨가 학생들을 상대로 '갑질'을 했다는 제보가 이어지며 논란이 이는 가운데, 일각에서 송 교수의 갑질문제와 무관하게 ‘지방대’라는 이유로 비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학교 학생들이 사건과 무관한 일로 2차피해를 겪고 있는 것.

지난 12일 페이스북 캠퍼스 대나무숲 ‘텐덤’ 페이지에 세종시의 한 대학 연기과의 부조리함을 고발하는 글이 올라왔다. CC(캠퍼스 내 연애) 적발 시 성적 F처리, 장학금 반납, 여기에 옷차림이나 행동까지 학칙으로 규정돼 있다는 등의 내용이다. 고발 글에 언급된 송 교수에 대한 재·졸업생들의 추가 폭로도 이어지면서 해당 교수는 SNS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학교 측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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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갑질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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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해당 학교가 세종시, 즉 지방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로 피해 학생들을 ‘지잡대생(지방대생을 비하하는 말)’이라 표현하는 등 비하하는 내용의 글도 상당수 올라왔다. 실제 교수 갑질 관련 기사에 “얼마나 X통 학교면 학교에서 저러냐”, “이런 대학도 있냐? 지잡이 다 그렇지”, “지잡 수준” 등의 댓글도 많았다. 이로 인해 피해 학생들은 2차 피해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사건과 무관하게 지방대생이란 이유만으로 비난을 하는 것은 최근 이른바 스카이(서울대·고려대·연세대)로 불리는 명문대와 수도권 대학, 그리고 지방 소재 대학을 나눠 비교, 비명문대라 불리는 대학과 학생들을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대학 서열화’에 따른 문제로 분석된다. 해당 학교 재학생이라 밝힌 한 학생은 “연기과 악습들은 학생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 교수들이 만든 것인데, 재학생들은 지방대생이란 이유로 욕먹는 상황”이라며 “이런 비하는 저희 재학생들에 상처가 되고 있으며, 정작 드러나야 할 가해 사실들이 묻히고 있어 속상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세종시 소재의 타 학교 학생들도 엉뚱한 피해를 보고 있다. 세종시에 위치한 한 학교 재학생은 “학교명이 언급되지 않은 기사에서는 제 모교를 비롯한 세종시 소재 학교들을 들먹이며 ‘지잡’이라고 비난하는 댓글도 있었다”며 “지방대생들은 마치 교수의 갑질이나 학내 부조리함을 당해도 싸다는 인식이 사회에 만연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지방에 소재하고 있다는 이유로 ‘지잡대’로 치부되며 비난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6년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대해 전국 대학 곳곳에서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던 중, 충청권의 한 사립대학교가 시국선언을 하자 해당 기사의 댓글에 “지잡대는 시국선언 할 자격이 없다”등의 비난이 쏟아진 적도 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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