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해변 일출. 청량리역에서 강릉선KTX 첫차를 타고 강릉역에서 택시로 이동하면 동해에서 일출을 맞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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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산악을 통과하는 강릉선KT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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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기차여행은 힘든 여행의 대명사였다. 동해 일출 한 번 보려고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5시간 넘게 걸려 정동진역에 내리면 피곤이 몰려오기 마련이었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에 맞춰 강릉선KTX가 운행을 시작한 후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청량리역에서 1시간30분, 서울역에서 2시간이면 강릉역에 도착한다. 강릉선KTX 첫차를 타고 겨울 바다 여행을 떠났다.
◇청량리역~강릉역 KTX 첫차(오전 5시32분~7시8분)
KTX 개통 전까지 열차를 이용해 정동진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청량리역에서 밤에 출발하는 무궁화호(오후 11시20분~오전 4시42분)를 타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승강장에 내리면 매서운 추위가 격하게 환영했다. 일출 전까지 세 시간 넘게 비좁은 ‘맞이방’에서 기다리거나, 식당에서 식사를 시켜놓고 한 톨씩 밥알을 한 톨씩 세며 시간을 때우느라 주인의 눈치를 봐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강릉행 KTX 첫차를 타도 강릉 바다에서 해맞이가 가능하게 됐다. 요즘 강릉의 해돋이 시간은 오전 7시35분 어름이고, 2월 초에는 7시26분 쯤으로 당겨진다.
열차를 오르자마자 전원 콘센트에 스마트폰을 끼워놓고 잠시 잠이 들었나 싶었는데, 강릉역 도착 안내방송에 눈을 떴다. ‘서울시 강릉구’ 라는 말이 실감난다.
◇동해 최고의 해돋이를 만나다(오전 7시30분~8시)
강릉역 광장으로 나가자 택시가 줄지어 서 있다. 역에서 대표 일출 명소 경포해변까지는 약 6km, 차로 10분이면 도착한다. 요금은 6,000원 정도, 202ㆍ202-1번 시내버스가 있지만 기다리다 자칫 일출을 놓칠 수 있다. 하얀 파도가 밀려드는 드넓은 백사장에서 맞이하는 일출에 절로 가슴이 벅차 오른다. 수평선에서 해가 솟아오르는 순간, 카메라를 내리고 잠시 두 손을 모아 본다.
경포해변 안내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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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초당순두부를 맛보다(오전 8시10분~9시)
해가 높이 솟아오르고 일출의 여운이 가실 즈음이면, 강릉의 대표 음식 초당순두부를 맛볼 차례다. 초당순두부는 조선시대에 허엽이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엽은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과 시인 허난설헌의 부친이다. 삼척부사로 근무할 당시 집 앞 샘물 맛이 좋아 그 물로 콩을 갈고 바닷물을 길어 응고시켜 두부를 만든 방법이 지금까지 이어진다.
일부 식당은 새벽에 불을 밝히고 요즘도 전통방식으로 두부를 만들고 있다. 겉보기에는 비슷하지만 한 입 넣으면 진짜를 알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입안에서 꽃이 피듯 담백함과 고소함 맛이 가득 퍼진다. 순두부백반 가격은 1인 8,000원 선이다. 경포해변에서 초당순두부 마을에 가려면 202ㆍ202-1번 시내버스 타고 허난설헌 삼거리에 내리면 된다. 택시로는 약 10분, 요금은 5,000원가량 나온다.
몽글몽글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는 맛, 초당순두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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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순두부 백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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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향과 연탄빵에 반하다(오전 9시10분~10시30분)
강릉커피거리의 역사는 198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목해변에는 커피 자판기가 줄줄이 서 있었다. 모양은 비슷해도 커피, 크림, 설탕 배합 비율은 자판기마다 달라서 입맛에 맞는 커피를 뽑아 마셨다. 그러던 것이 1990년대 들어 커피 명장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어 로스팅 기계를 들여놓고, 자신만의 원두커피를 우려내기 시작했다. 손맛이 다른 커피에 마니아와 여행객의 발길이 이어지며 강릉커피거리가 형성됐다.
안목해변 커피 조형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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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거리에도 가장 일찍 문을 열고(오전 7시) 늦게 닫는(밤 12시) 부지런한 커피숍이 눈에 띈다. 요즘 이 가게에선 서민의 에너지이자 산업의 원동력이었던 연탄을 주제로 한 연탄빵, 연탄케이크, 연탄초콜릿이 인기다. 조금 늦으면 매진되는 일이 다반사다. 3층에서 동해바다와 해송을 바라보며 따뜻한 커피에 연탄빵을 한 입 베어 물면 가슴까지 따스해진다. 이런 게 여행의 행복 아닐까. 커피는 3,500원부터, 연탄빵은 1만6,000원(34개), 연탄케이크는 1만2,000원이다. 초당순두부마을에서 강릉커피거리까지는 다시 택시로 약 10분, 요금은 5,000원이다. 바로 가는 버스가 없어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는 불편하다.
키크러스 커피의 연탄빵, 연탄케이크, 연탄초콜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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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까지 따스해지는 연탄케이크와 라떼 한 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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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선 철길의 변신은 무죄! 강릉 월화거리(오전 11시~오후 12시10분)
KTX 개통 후 강릉시내 구간 영동선 철길 일부가 지하화되고, 지상 구간 철도가 철거되며 그 자리에 ‘강릉 월화거리’가 들어섰다. 강릉역~철길숲길~임당풍물시장~금학풍물시장~중앙시장~성남시장~월화교~월화정~부흥마을을 잇는 2.6km 산책 코스다.
강릉 월화거리 표지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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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월화거리 월화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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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거리의 금학풍물시장에서는 메밀전병, 메밀전, 팥죽 등 토속음식을 맛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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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철교였던 월화교는 아래가 훤히 비치는 스카이워크로 변신했으며, 월화정에서는 남대천을 조망한다. 코스에 포함된 중앙시장, 성남시장, 금학풍물시장, 임당풍물시장의 주전부리도 빠질 수 없다. 메밀전병, 메밀전, 팥죽 등 토속음식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후 철길숲길을 걸으면 강릉역이다. 강릉커피거리에서 월화거리까지는 시내버스로 약 30분이 걸린다.
◇귀경열차 강릉역~청량리역 KTX(오후 12시30분~2시7분)
총알처럼 지나간 반나절의 강릉 여행이 아쉽지만, 맘만 먹으면(물론 돈도 있어야) 언제든 쉽게 다시 올 수 있다고 위로하며 청량리행 KTX에 몸을 실었다.
KTX를 이용하면 반나절 강릉여행도 가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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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선KTX 여행정보
청량리~강릉 KTX 승차권 구입은 코레일 홈페이지나 앱에서 할 수 있다. 청량리~강릉 요금은 정상가 2만6,000원이지만, 이달 말일까지는 개통 1주년을 기념해 20% 할인된 2만800원이다. 청량리~정동진 무궁화호(2만1,000원) 요금보다 싸다. 패키지 기차여행상품 예매 및 상담은 코레일 청량리역 여행센터(02-913-1788)에서 하면 된다.
박준규 기차여행/버스여행 전문가 http://traintri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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