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전국경제투어로 대전을 방문,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에서 환영나온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9.1.2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이명박 정부 시절 총 22조원의 예산이 투입된 4대강 사업.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없이 진행된 대규모 프로젝트다. 지역균형발전 등 캐치프레이즈는 화려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예산낭비란 비판이 쏟아졌다.
시계를 거꾸로 더 돌려보면 노무현 정부 때 호남고속철도와 강릉~원주 철도 등도 예타없이 진행된 대표적 사업이다. 역시 지역균형발전과 함께 100조원 규모의 생산유발효과로 경기활성화 효과가 있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왔었다.
예타 제도는 사전에 대규모 공공사업의 취지와 경제성을 따져 국가 예산 누수를 막기 위해 1999년 만들어졌다. 이후 대규모 재정사업의 효율성과 재정건정성 확보에 크게 기여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위 사례들처럼 대통령을 비롯 정치인들은 잊을만하면 예타 면제란 달콤한 카드를 국민에게 들이밀었다. 통상 예타엔 최소 6개월에서 평균 15개월이 소요되는 탓에 이게 면제된다면 사업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정부가 예타를 건너 뛰겠다는 건 사실상 경제성이 없어도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만큼 지역 경제에 호재다. 현재 17개 지자체가 신청한 예타 면제 사업은 이미 33건, 총 61조원 규모에 이른다. 지역별로 주민 서명운동이 벌어지는 등 과열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예타 면제의 근거는 기획재정부 소관 법률인 국가재정법(제38조 제2항)과 시행령(제13조의2)에 있는 ‘지역균형발전’과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이다. 예타 면제를 받기 위해서는 ‘관련 안건 국무회의 상정(각 부처)→중앙관서의 장이 기재부 장관에게 예타 면제 요구서 제출→재정사업평가 자문위원회의 자문(기재부 장관)→국회 상임위원회 보고(각 부처)’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번주 국무회의에서 예타 면제 사업 등이 정해지면 관련 절차를 토대로 사업이 빠르게 추진된다. 예산 낭비 논란은 불보듯 뻔하다. 예타의 목적이 불필요한 대규모 토건사업을 함부로 벌이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거름장치 역할을 하는건데, 그게 없어지는 것이다.
더욱 논란이 되는 건 문 대통령과 여권 인사들은 이 정부 출범때부터 토목사업으로 경기를 부양하는데 상당히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는 것이다. 2017년 5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하는데 부정적이었고 그해 편성한 2018년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2017년 22조원보다 3조원(14%) 가량 삭감된 19조원으로 편성됐다.
이를 의식한 당정은 ‘일자리’에 방점을 찍었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사업에 예타 면제 우선권을 주겠다는 구상이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지만 고용 실적은 갈수록 쪼그라는 게 현실이다. 취업유발계수가 높은 건설업 등 대규모 사업의 속도를 올리면 일자리 문제에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본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일자리는 결국 기업과 그 기업이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만든다”며 “고용창출 효과를 예타 면제 기준으로 삼는다면 갈수록 현실화되는 고용참사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선심성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당장 10일도 안남은 설 연휴와 내년 4월 총선 민심을 겨냥한 포퓰리즘 정책이란 판단에서다. 특히 ‘광역별 1건씩’은 나눠 먹기나 마찬가지란 주장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예비타당성 면제를 통한 선심 정책을 문 대통령 스스로 공공연하게 말씀하고 계신다”며 “경제 위기감이 팽배하자 이 방법을 찾는데, 저는 잘못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을 비롯해 녹색교통운동,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혈세를 낭비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예타 면제 추진 중지를 촉구한다”고 항의했다.
그러면서도 한국당 등 야당의 비판 역시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한다. 과거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시절에서 각종 SOC 투자 등 예타 면제로 이뤄진 사업들이 많았다. 경실련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예타 면제 카드는 늘상 있어왔고 새로운 게 아니다”며 “예타 면제 사업은 객관적인 검증을 거쳐 신중하고 엄격하게 선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econphoo@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