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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민노총 강경파 몽니…文정부 탄력근로제 개편 제동 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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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노총, 경사노위 참여 무산 ◆

매일경제

정족수 넘긴 민노총 대의원대회 28일 서울 강서구 KBS 아레나홀에서 열린 민주노총 제67차 정기 대의원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민주노총 대의원 1273명 중 977명이 참석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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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사실상 경사노위에 불참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던 개혁 의제에도 제동이 걸렸다. 당장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려던 탄력근로제 확대, 최저임금 개편부터 힘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됐다.

무엇보다 민주노총의 이번 결정으로 사면초가에 빠지게 된 것은 문재인정부다. 문재인정부는 경사노위를 통해 노동계로부터 명분을 받아 민감한 노동 의제에 대한 법 개정을 추진하려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이나 탄력근로제 확대를 공언한 상황이다. 이를 추진하면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비롯한 노동계 입장을 들어주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 불발로 물거품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노동계 이슈를 주로 다루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16명 위원 중 6명이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더불어민주당이 7석으로 다수이긴 하지만 전체 과반을 넘지 못한다. 즉 민주노총이 빠진 상태에서 이뤄진 경사노위 결론들이 힘을 받기가 어려워진 셈이다. 경사노위에 속해 있는 한국노총의 주도권이 강해지긴 하겠지만, 대기업과 공공부문에서 영향력이 큰 민주노총이 빠진 경사노위 결정에 아무래도 힘이 실리기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사실 올해 세계경제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고, 경기상승 동력이 불투명하다는 점은 경영계나 노동계 모두 인정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 문제, 탄력근로제 확대 같은 의제들에서 하루빨리 타협을 하고 미래지향적인 노동개혁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여론의 기대도 크다. 하지만 눈앞에 닥친 문제들마저 노사는 큰 이견차를 보이고 있다. 당장 노사가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의제는 탄력근로제 확대다. 경영계는 3개월인 탄력근로제 기간을 6개월~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노동계는 이를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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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지불능력과 신규채용 여력이 있지만 지속적으로 노동자들의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바탕으로 이윤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역시 "탄력근로제 확대는 저임금 노동자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모델도 아니다"고 밝혔다.

반면 경영계는 "현행 3개월 단위의 탄력적 근로시간 등 유연한 근로제도에 관한 법 조항은 주 68시간까지 허용됐던 2004년에 마련된 것으로, 현재의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와 근로여건에 전혀 맞지 않는다"며 "기업은 1년 단위로 사업과 인력운영, 투자계획을 수립하기 때문에 3개월이나 6개월 단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로는 관성적인 인사노무관리 비용 증가와 노조와의 협상에 따른 소모전만을 야기할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ILO 핵심협약 비준에 대해서도 노사 간 이견이 크다. 한국은 ILO 핵심협약 8개 중 4개 조항을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특히 국내 노사 문제에서 가장 민감한 내용은 결사의 자유·단결권·단체교섭권을 규정한 87호, 98호다. 노동계는 ILO는 근로자들의 기본인권에 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합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영계와 학계에선 각국 사정이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총 관계자는 "유럽은 파업이 우리나라처럼 많지 않은 데다 노사대등권이 잘 보장돼 있다"며 "우리는 강성노조가 문제라는 지적을 국제기구로부터 받고 있는데, 노사 균형을 맞추지 않고 ILO 협약비준만 주장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선진국에선 보편화한 정리해고를 비롯한 고용유연성 확보 조치는 전혀 마련하지 않은 채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주장만 반영하면 노사 간 불균형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미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틀 안에서의 교섭 외에서도 장외투쟁에 대한 계획을 촘촘하게 세운 상황이다. 당장 2월부터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예고했다. 최저임금법 개편과 탄력근로제 확대 저지, ILO 핵심협약 비준 같은 노동계 이슈 뿐만 아니라 한미동맹·주한미군·국가보안법을 '3대 적폐'로 규정해 파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2월은 규제완화 조치가 시작되는 대신 공정거래 개혁 입법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며 "설 연휴 직후 매주 집결투쟁을 하고, 전국확대간부 파업투쟁, 총파업도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반기엔 4월에 한 차례 더 총파업을 단행하고, 하반기엔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총력 투쟁을 하고, 11~12월에도 사회적 총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 미래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것이고 자기들 기득권이나 이익은 손대지 말라는 의미"라며 "취약계층이나 어려운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행동으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논의 공전으로 경사노위 전반이 파행으로 치달을 경우 여론의 비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사실상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고 주로 정규직인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저임금·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노동안전성을 좌우할 논의를 외면했다는 비난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속노조를 비롯한 강경파는 물론 김명환 위원장을 필두로 한 온건파 집행부 모두 문재인정부를 '친자본 정부'로 규정하며, 노동계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판단한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차이는 투쟁 방식이다. 집행부는 사회적 대화기구 틀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반대와 임금결정체계 이원화의 임금 억제 악용 가능성을 차단하는 목소리를 내는 데 주력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강경파는 문재인정부가 시장친화적 정책을 전면 수정하지 않는 이상 총파업과 남북 노동자 연대 등을 통해 장외투쟁에 나서자는 방침이다.

[윤진호 기자 /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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