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얼굴에 침 뱉고 3m 사다리서 추락케 해…한진家 이명희 `갑질폭행`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1~17년 자택직원·운전기사 등 9명 피해, 공소장에 적시

'일 제대로 못 한다' 등 이유로 거친 욕설· 신체 상해 피해

法 "혐의다툼 여지·도망염려 없어" 구속영장 기각

이데일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지난 2013년 10월 서울 종로구의 조양호(69) 한진그룹 회장 자택의 정원에서 화초를 심던 직원은 심한 욕설을 들어야 했다. 화초의 줄 간격을 못 맞춘다는 이유에서다.

욕설을 한 인물은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70)씨. 이씨는 그 직원에게 “줄도 못 맞추는 XX, 너는 초등학교도 안 나와서 줄도 못 맞추냐”고 거친 말을 했다. 이어 꽃포기를 뽑아 그 직원에게 집어던졌다. 직원의 눈에는 흙이 들어갔다.

그 직원은 이후에도 △이삿짐 상자를 떨어뜨리거나 △호출했는데 바로 오지 않았거나 △잡초제거를 제대로 하지 못했거나 △무게 20~30㎏ 화분을 제대로 옮기지 못한다는 이유로 수차례 욕설을 듣고 폭행을 당했다.

이씨는 직원에게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봐”라며 얼굴에 침을 뱉기도 했다. 이씨는 이 직원이 높이 3m 사다리에 올라가 작업할 때 사다리를 걷어차 직원을 떨어뜨리게 했다. 직원은 무릎 연골이 찢어지는 상해를 입었다.

지난해 이씨가 자택 직원과 운전기사 등에게 온갖 폭언과 폭행을 했다는 ‘갑질폭행’ 의혹이 언론 보도와 제보 등을 통해 불거지자 결국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법원의 재판을 앞두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신응석)는 지난달 31일 이씨를 상습특수상해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30일 이데일리가 입수한 이씨 공소장을 보면 2011년 1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이씨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당한 피해자는 공식적으로 9명이다. 주로 운전 기사와 자택 직원이었다.

이씨는 2013년 4월 23일 또 다른 자택 직원에게 걸레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플라스틱 삼각자를 던져 왼쪽 턱에 맞혔다. 그는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이씨는 이틀 후인 25일 그 직원이 나무 신발장을 청소하며 기름을 많이 묻혔다는 이유로 욕설을 하고 오른 발로 왼쪽 허벅지를 걷어찼다. 이씨는 다음 날인 26일에도 신발장 청소를 하던 그 직원에게 거친 욕설을 하며 왼쪽 허벅지를 찼다.

이씨는 며칠 후인 5월 1일에도 직원이 물건을 차에 싣지 않았다는 이유로 왼쪽 허벅지를 또 걷어찬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이런 식으로 다수의 자택 직원에게 수차례 폭행을 가했다. 그러면서 청소 밀대와 플라스틱 자, 스카치테이프 커터기, 철제 전자가위, 열쇠뭉치, 난 화분 등을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기사에 대한 폭언과 폭행도 상습적이었다.

검찰조사 결과 이씨는 2013년과 2014년, 2017년 운행 중인 각각 다른 운전기사들에게 “XXXX야, 너 때문에 늦었잖아”거나 “XXX야 누굴 죽이려고” 등 거친 욕설을 하거나 플라스틱 재질의 일회용 컵을 던졌다. 운전기사가 앉아 있던 운전석 시트를 수차례 발로 차기도 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해 5월 운전기사와 자택 직원을 상습폭행한 혐의로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혐의 일부의 사실관계와 법리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기각사유를 밝혔다.

이씨는 갑질폭행 사건 외에 지난달 21일 필리핀 여성을 대한항공 직원으로 속여 입국시킨 뒤 자택에서 가사도우미로 불법 고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상태다.

상습밀수 혐의도 있다.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은 지난달 해외에서 구입한 과일과 그릇, 명품 등을 상습적으로 밀수입한 혐의로 이씨와 그의 두 딸인 조현아(45)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36) 전 진에어 부사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