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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빠른 인사·거침없는 직언…`노영민 효과` 달라진 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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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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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사진)이 취임한 이후 청와대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 실장이 취임한 지 3주가 지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의사 결정 속도가 빨라지고, 내부 회의에 긴장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 실장은 취임 이후 △대통령에 대한 직언 △속도감 있는 업무 추진 △다양한 의견 경청으로 요약되는 '노영민 스타일'로 청와대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청와대도 문 대통령이 집권 3년 차를 맞은 가운데 이 같은 변화가 국정 운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 실장은 비서진들에게 엄격한 규율을 강조하면서도 회의 때는 주로 경청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는 것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문 대통령에게 외부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자신의 견해도 스스럼없이 밝히면서 대통령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이다. 노 실장 스타일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것은 지난 29일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사표 수리였다. 김 전 보좌관은 이날 아침 전날 대한상공회의소 최고경영자 대상 강연에서 일으킨 설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후 문 대통령이 하루도 안돼 이날 저녁 사표를 수리하고 이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자 청와대 안팎에선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여론에 떠밀려 사람을 바꾸는 데 대한 거부감이 큰 문 대통령이 하루 만에 사표를 수리한 게 이례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 뒤에는 노 실장의 의견 개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김복동 할머니 빈소 방문 등 외부 일정을 마치고 청와대에 돌아올 때까지 김 전 보좌관 사표 수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며 "하지만 외부에서 복귀한 문 대통령에게 노 실장이 '향후 국정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빠른 결단을 건의한 게 사표 수리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특히 노 실장은 이날 문 대통령의 딸 다혜 씨의 해외 거주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김 전 보좌관까지 안고 가면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실장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은 문 대통령과의 깊은 신뢰 때문에 가능하다는 평가다. 노 실장은 문 대통령이 정치권에 뛰어든 이후부터 줄곧 곁을 지킨 최측근 인사다. 문 대통령 역시 2015년 2월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경선에 출마했을 때 한 라디오 토론회에서 '정치적 고민을 누구와 상의하는가'라는 질문에 "노영민 의원과 상의한다"고 답해 노 실장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노 실장의 이 같은 역할로 청와대 위기관리 능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노 실장은 주중대사를 지내며 청와대 바깥에서 보고 느낀 문제점과 관련해 직언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문 대통령에 대한 참모들 보고를 줄인 게 대표적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선 "대통령이 밤늦게까지 보고서를 읽어 건강이 걱정될 정도"라는 얘기가 많았다.

어느 누구도 문 대통령에게 "보고서를 덜 보고 사람을 많이 만나시라"고 건의하지 못했다. 하지만 노 실장은 취임 직후 문 대통령에게 "보고서는 조금 덜 보시고, 대신 저녁 시간에 사람들을 많이 만나시는 게 국민들 보기에 좋겠다"는 취지로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노 실장은 주중대사로 지내는 동안 문 대통령의 혼밥 논란을 보면서 대통령의 저녁 시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왔던 것 같다"고 했다.

노 실장은 문 대통령이 "보고서가 그래도 도움이 된다"면서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참모들에게 "대면보고를 줄이고 보고서도 줄여라. 대통령에게 국정을 구상할 시간을 드리자"고 공개 지시했다. 친문 좌장이라는 확고한 위상이 아니었다면 할 수 없는 지시다.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선 노 실장 취임 후 아침 현안점검회의에 긴장감이 상당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노 실장이 문 대통령에게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지만, 자신이 주재하는 회의에선 거의 말을 하지 않고 듣기만 하면서 묘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실장은 주로 비서진들의 얘기를 듣고 말은 아끼는 모습인데, 참모들 사이에선 '노 실장이 눈빛으로 지시한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실제 노 실장은 여러 의견을 듣고 의사 결정을 내리는 스타일이라기보다는 자신이 직접 방향성을 정해놓은 상태에서 이 같은 방향성을 가다듬기 위한 차원에서 다른 의견을 청취한다는 게 노 실장을 잘 아는 인사들 평가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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