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7 (금)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최저임금 인상 한달]주 7일 일하고 자전거로 치킨배달하고...알바보다 힘겨운 사장님 늘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투데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9일 오후 5시쯤 찾은 서울 명동은 한산하기 그지 없었다. 유커가 자취를 감추면서 명동은 유령도시화됐다.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명동은 이제 손님보다 직원이 많은 시간대가 많다”고 말한다. 그는 “손님이 줄고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주 7일 근무하지만 월 임대료 내기도 빠듯하다” 토로한다. 테이블이 손님이 한명도 없는 A씨의 식당은 작년만 해도 주 3~4회 12시간 가량 용역업체에서 인력을 공급받았지만 올해부터 이를 주 2회로 줄이고 하루도 쉬지 못하는 고된 일상을 소화하고 있다.

#. 마포구의 B공인중개사는 “최저임금이 올라 직원을 줄이니 서비스 질이 떨어져 문을 닫는 식당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빈 상가에 선뜻 들어오겠다는 이가 없으니 악순환이다. 계약만료 3~6개월 전에 재계약 여부를 건물주와 협의하지만 최근에는 임차인이 건물주보다 갑이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그는 귀띔했다. 건물주들은 권리금을 없애고 보증금을 인하하기도 하지만 당장 월 임대료 부담에 점포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인상된 지 한 달간 우리 사회 곳곳의 풍경이다. 인건비 부담이 큰 식당과 소매점들은 인력을 줄이고 근무시간을 조정하지만, 구직자들은 장시간 근무를 선호하다 보니 인력 매칭이 쉽지 않다. 장시간 근무 직원의 경우 주휴수당을 포함해 시급이 1만원 이상으로 높아지는 만큼 자영업자들은 이같은 인력을 최소화하거나 가족끼리 운영하며 인건비 절감에 나서고 있다.

종로와 명동, 강남 등 서울 핵심 상권도 빈 상가가 넘쳐난다. 과거 수억원의 권리금을 주고 입점하던 명성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인건비 부담에 임대료까지 높은 중심가는 이제 창업자들이 외면하는 지역 1순위가 됐다.

광화문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C씨는 “대로변에 점포를 구하겠다는 사람을 구경하기 힘들다”며 “무권리에 이면도로 매장만 그나마 찾는 사람이 드물게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종로의 한 오피스텔 지하에 새롭게 조성된 푸드코트는 3분의 1 이상이 입주자를 찾지 못한 채 영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C씨는 상반기 중 실제 공실률 등 지표가 발표되면 심각성이 수면 위로 드러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투데이

서울 명동 차없는 거리는 차뿐 아니라 인파까지 줄어 스산한 모습이다.(박미선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명동 상인들은 비싼 임대료, 시급 인상, 매출 감소의 삼중고를 겪고 있다.

명동 쇼핑거리는 ‘SALE’을 써 붙인 대로변 일부 의류 브랜드 매장에 손님이 몰릴 뿐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골목 상권은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 외식기업들이 줄줄이 메뉴 가격을 올렸다.

명동에서 스포츠 의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D씨는 “요즘 장사가 잘 되느냐”고 묻자 “보면 모르냐”며 퉁명스럽게 답했다. 그는 “중국인 관광객이 다시 온다는데 체감하기 어렵다”며 “유커 대신 따이공이 늘면서 명동보다 면세점에 중국인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3명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고 있는 이 매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월 50만원 가량 인건비가 늘었다.

지방 상권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충북 지역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F씨는 최저임금이 6470원(2017년)에서 작년 7530원으로 오를 때도 힘들었는데 이제 알바생들이 주휴수당을 주는지까지 확인해 사람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알바들이 최저임금 이하로 받고 일하겠다고 하고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어 알바 채용을 꺼리는 점주들도 늘고 있다.

잠실에서 치킨전문점을 하는 G씨는 기자에게 매장 인수자를 소개시켜 달라며 사업의지를 완전히 잃은 모습이었다. “매장을 매물로 내놨지만 몇 달 간 매장을 보러온 사람이 없다”고 그는 푸념했다.그는 직원들을 내보내고 배달을 줄인 대신 인근 단골들에게만 직접 자전거로 배달하고 있다. 매출은 반토막났다고 했다. 이꽃들 기자

[이투데이/이꽃들 기자(flowerslee@etoday.co.kr)]

▶프리미엄 경제신문 이투데이 ▶비즈엔터

Copyrightⓒ이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