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민병대 “감옥 유지비 부담”, 수감된 테러리스트 풀어주기 시작
시리아에 넘겨줄 움직임도 보여… 시리아는 유럽본국 송환 가능성
佛 “테러리스트 130명 귀국 추진”, 테러 물증 없으면 그냥 풀려날수도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최근 시리아 북동쪽에서 쿠르드 민병대에 억류됐던 프랑스 출신 이슬람국가(IS) 테러리스트 82명이 이라크로 이동했다고 31일 보도했다. 이들은 곧 프랑스로 이감될 예정이다.
프랑스 정부는 그동안 중동에서 붙잡힌 자국 테러리스트들이 본국에 유입되는 것을 꺼려 왔고 미국과 함께 시리아 북부를 통제하던 쿠르드 민병대가 관리하도록 놔두는 정책을 펴 왔다. 그러나 쿠르드 민병대가 미군 철수에 크게 반발하면서 수감 중인 외국인 테러리스트들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장이브 르드리앙 외교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프랑스는 언제나 죄를 지은 곳에서 속죄하도록 하는 게 원칙이었지만 미군 철수로 상황이 매우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국가의 적’으로 간주했던 IS 등 테러리스트들이 국내에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자 프랑스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내무장관은 지난달 29일 “미군이 철수하면서 시리아 감옥에 있던 지하디스트들이 풀려날 수 있다. 이들이 즉시 프랑스 사법 통제를 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르드 민병대와 시리아민주군(FDS) 등이 관리하는 외국인 출신 IS 테러리스트는 900여 명에 달한다. 쿠르드 민병대는 외국인 테러리스트 감시에 전투 요원 손실과 유지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부에 넘기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들은 민간인 학살 등의 이유로 아사드 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아사드 정부는 지난해부터 FDS에 외국인 지하디스트를 넘겨줄 것을 요구해 왔다. 당시 FDS는 미군과 프랑스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어서 이런 제안을 거절했지만 이제는 관리 부족 등으로 언제든 수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 프랑스 외교관은 “시리아 정부가 테러리스트들을 본국에 돌아가게 한다면 이들은 (유럽에서) 테러 세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 시리아 정부와 협력해야 하는 상황마저 생긴다”고 우려했다. 프랑스는 감옥에서 풀려날 자국 출신 IS 테러리스트 130명을 본국에 데려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테러리스트들은 귀국 즉시 구금되며 사법기관의 판결을 받는다. 문제는 이들이 국내 사법절차 과정에서 그냥 풀려날 수도 있다는 것. 우파 공화당은 “이들이 IS 테러전에 참전했다는 물증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풀려날 가능성이 크다”며 자국 출신 IS 테러리스트들의 본국 송환에 반대했다.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은 “프랑스에는 그런 광신도들이 머물 곳이 없다”며 “그들이 감옥에 가도 얼마나 많은 새로운 IS 테러리스트들을 그 안에서 양성할지, 또 다른 테러를 저지를지 모른다”고 반박했다. 우파의 대표 정치인 중 한 명인 니콜라 뒤퐁에냥은 “이들을 모두 남극 근처 프랑스령 케르겔렌섬에 보내자”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이 프랑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달 23일 영국 방송 스카이뉴스는 시리아에서 영국 국적 IS 테러리스트 200여 명이 현재 활동 중이며 이들이 시리아 내전에서 패배한 뒤 귀국할 가능성이 커 영국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수감된 프랑스 국적 지하디스트 20명이 올해 안에 만기 출소로 풀려날 예정이며, 유럽 감옥에 수감된 급진주의자들도 올해부터 대거 만기 출소로 풀려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전역에 테러 비상이 걸렸다.
국제형사기구 인터폴의 위르겐 슈토크 사무총장은 지난달 프랑스 파리 연설에서 “머지않아 IS 2.0 세력과 맞부딪치게 될 것”이라며 “이들은 이라크와 시리아를 거점으로 세를 키운 IS에 동조하는 세력으로 비교적 가벼운 죄를 저질러 2∼5년형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감옥에서 더 급진적으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크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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