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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제품보다 취향 고객”…‘구매’ 시대 가고 ‘구독’ 시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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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따끈따끈 새책] ‘구독과 좋아요의 경제학’…플랫폼을 뛰어넘는 궁극의 비즈니스 솔루션

머니투데이

펜더(Fender)는 70년 넘게 세계 최고의 전기 기타를 팔아온 기업이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업계 전반에 판매량이 3분의 1가량 감소하면서 펜더도 직격탄을 맞았다. 매출 절반은 신출내기 연주자들에게서 나오지만, 이들 중 90%가 1년 안에 기타 연주를 그만두면서 고객 이탈 속도는 더 가속화했다.

해법은 무엇이었을까. ‘전기 기타’ 너머의 실질적 해법은 구독 기반의 온라인 동영상 교육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세계 자동차 빅 3는 이제 제조업체 이미지를 넘어 교통 문제 해결사로 등장했다. 개별적인 차량 판매로는 판매 시장을 더 뚫기 어렵기 때문. 자동차를 사용해야 할 고객의 욕구와 명분을 충족시키기 위해 업계들은 운송 서비스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를 들여다본 것이다.

‘구매’의 시대가 가고, ‘구독’의 시대가 도래했다. 히트 상품을 만들어 최대한 많이 팔고 마진을 높이는 ‘모 아니면 도’ 식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은 대박보다 쪽박을 차는 경우가 많다. 충성 고객과 구독자를 확보함으로써 고정 수입이 매달 반복해서 발생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구독 기반 비즈니스 모델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숙명적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월 구독료 20달러의 스트리밍 사이트가 스카이스포츠(Sky Sports) 같은 유럽의 유명 케이블 네트워크를 상대로 스포츠 중계 판권을 놓고 경쟁하고(심지어 이기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 이후 소비 트렌드는 달라졌다. 사람들은 제품보다 서비스를 원하고, 소유보다 경험과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고객을 구독자로 전환하려는 기업의 노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저자는 “어떤 기업은 다른 기업이 만든 제품의 특징을 훔칠 수는 있지만, 적극적이고 충성스러운 구독자 기반을 통해 얻은 통찰력은 훔칠 수 없다”며 “거래를 파는 일과 관계를 파는 일은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구독의 가장 큰 장점은 높은 비용을 한꺼번에 지불하지 않아도 되고,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이다. 60달러 게임 비용을 한 달 5달러로 1년에 걸쳐 분산시키고 여러 콘텐츠를 통해 플레이어를 붙잡아 둘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더 이익이 된다는 얘기다.

플레이어들은 가끔 하는 시시한 게임을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하는 불쾌한 경험을 하지 않아도 되고, 회사는 할리우드 경제의 흥망성쇠에 영향받지 않고 안정된 수익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

지난해 말 전 세계는 시가 총액 ‘꿈의 1조 달러’를 달성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제2 전성기에 감탄했다. 오랫동안 침체를 겪었던 MS의 반전 이면에는 성능 좋은 PC 제조 모델이 아닌 상업용 클라우드 바탕의 구독 모델로의 사업 전환이 숨어있었다.

아마존, GE, 어도비, 뉴욕타임스 기성 기업들이 발 빠르게 구독 모델로 전환했다. 국내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자동차는 올 1월 월정액 차량 구독 서비스인 ‘현대 셀렉션’을 출시한 데 이어 쿠팡, 롯데홈쇼핑,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기업들도 잇따라 유료 회원제 형태의 구독 모델을 도입했다.

구독 모델은 이미 면도기와 생리대, 병원과 은행 등 일상으로까지 번졌다. 우리가 ‘좋아요’를 누르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일종의 구독 기반 서비스인 셈이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전 세계 구독 경제 시장 규모가 2020년에 약 59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구독 모델의 성공은 다양한 방식의 소통을 통해 고객의 요구와 피드백을 정확하게 파악해 신속하게 반영하는 것이다. 언제든 변화할 수 있는 유연성이 구독 모델의 핵심이다. ‘무한 베타, 네버 엔딩’ 제품과 회원 ID는 이를 위한 대표적인 수단으로 존재한다.

저자는 “소유의 시대가 끝나고 고객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제품 경제’와 ‘공유 경제’를 지나 ‘구독 경제’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비즈니스 해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구독과 좋아요의 경제학=티엔 추오, 게이브 와이저트 지음. 박선령 옮김. 부키 펴냄. 364쪽/1만8000원.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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