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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단독] 외식업 인건비 비중 1년새 35→40%…최저임금 파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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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새 무너진 외식업 ◆

매일경제

최저임금 인상률이 2년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외식업체들이 벼랑 끝에 몰린 가운데 7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폐업한 한 상가 입구에 임대 표지가 붙어 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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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이 끝난 직후인 7일 서울 중구 황학동 인근 먹자골목. 일상으로 복귀한 외식 자영업자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어둡고 그늘져 있었다. 이곳에서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강 모씨(51)는 "5년 전 식당을 시작했는데 이제는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초부터 빠르게 오르던 인건비 부담이 올해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강씨는 "작년엔 매출의 30%가 인건비였는데 지금은 50%까지 올랐다"면서 "직원을 4명에서 2명으로 줄이고 영업시간까지 줄였지만 여전히 적자"라고 토로했다. 그는 "작년 말에 가게를 내놨는데 안 나가서 걱정이 크다"면서 "권리금 5000만원만 받으면 당장이라도 나가고 싶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구 신당역 중앙시장 입구 100m 구간 중 폐업으로 식당이 텅 빈 곳은 2곳, 식당을 내놓은 곳도 2곳이 넘었다. 작년 10월까지 중앙시장에서 소규모 냉면집을 운영하다 폐업하고 '임대 문의'를 내걸어 놓은 사장 A씨는 "일대에 망한 가게가 수두룩하니 가게가 더 안 나간다"며 "임금과 재료비가 오른 건 물론 불황에 손님이 뚝 끊겨 장사를 할 수가 없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7일 매일경제가 단독 입수한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의 '최저임금 인상 이후 외식업계 변화'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외식업체들은 공통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10월 현재 영업하던 전국 외식업체 400곳 중 1년 새 폐업한 곳은 30%가 넘는 125곳에 달했다. 표본이 동일한 외식업체 수백 곳을 1년에 걸쳐 심층 조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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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소유 건물이 아니라 매장을 빌려 운영하고 면적이 작은 영세 자영업자일수록 폐업률이 높았다. 지난해 생존한 외식업체들도 인건비 부담이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올해 최저임금이 또 한 차례 크게 올라 외식업체들이 그야말로 벼랑 끝에 내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폐업한 외식업체 125곳의 공통점은 인건비 부담이 높다는 것이다. 이들의 2017년 영업비용 대비 인건비 비중은 41.3%,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26.4%에 달했다. 반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살아남은 외식업체 275곳의 2017년 영업비용 대비 인건비 비중은 35.4%,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23.8%에 불과했다. 폐업한 외식업체들이 한 달 동안 지출한 평균 인건비는 396만원으로 생존 업체(352만원)보다 44만원이나 더 많았다. 폐업 업체가 직원 1명에게 지급한 평균 인건비는 305만원으로 생존 업체보다 약 100만원 높았다. 지난해 16.4%, 올해 10.9%에 달하는 최저임금 인상률은 이들 외식업체에 견디기 힘든 악재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매장을 빌려서 소규모로 운영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더 큰 타격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용희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매장을 임차해 운영하던 업소는 35%가 폐업했지만 매장을 가지고 있는 업소는 오직 0.1%만 문을 닫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업소 면적이 33㎡ 이하인 곳은 폐업률이 38.9%에 달했고, 66㎡ 초과인 곳은 26.3%였다"며 "사업주의 자본력 크기가 사업의 성공에 비례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생존 업체들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직원을 줄였어도 임금 상승폭이 크다 보니 인건비 지출이 많아진 것이다. 여전히 영업을 계속하는 275개 업소의 업체당 평균 종업원 수는 2017년 1.7명에서 2018년 1.5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생존 업체들의 월평균 인건비 지출은 2017년 352만원에서 지난해 418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직원 1명에게 지급하는 평균 인건비 역시 같은 기간 207만원에서 279만원으로 72만원이나 올랐다. 영업비용 대비 인건비 비중은 40%를 돌파했다. 폐업 외식업체와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최저임금이 또다시 두 자릿수 인상된 만큼 외식업체의 줄폐업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김주영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빠르다 보니 그나마 지난해 버틴 업체 중에서도 폐업하는 곳이 계속 생겨날 것"이라며 "급격한 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해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매장 직원뿐만 아니라 납품업체 직원들의 인건비도 높아진다"며 "인상 취지가 좋더라도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감당하지 못하면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부는 자영업자에게 대출해줄 테니 영업하라는 식의 단기적 대책을 내놓을 게 아니라 거시적인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희수 기자 /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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