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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또 `보이콧 국회`…데드라인 앞둔 탄력근로·최저임금 공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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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파행에 정책 올스톱 ◆

매일경제

국회정상화 물꼬 틀까…文의장·여야 지도부 訪美
문희상 국회의장(앞줄 왼쪽)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등 미 의회 주요 인사들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 공조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앞줄 오른쪽) 등 여야 대표단과 함께 1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이번 순방에는 이 대표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등도 동행한다. 문 의장과 여야 대표단은 방미 기간 중에도 2월 국회 정상화를 위한 협상을 계속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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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편향 논란에 휩싸인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 임명 강행에 반발하며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면서 2월 임시국회에서 시급히 처리돼야 할 경제 관련 법안이 모두 멈춰 섰다. 여야 대치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민생경제 법안이 또다시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정책 수립 과정에서 국회 장악력이 날로 확대되고, 행정부 권한은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의원들 책임감이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데 대한 국민 여론이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10일 국회와 경제부처에 따르면 2월 임시국회에서 시급히 처리해야 하는 3대 경제 현안으로는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이 꼽힌다.

특히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을 2월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하면 산업현장에서 벌어질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주 52시간 근무제 준비가 부족한 기업에 적용되는 계도기간이 다음달 31일 끝나기 때문이다. 정부는 업무량 변동이 커 집중근로가 불가피한 기업 등에 대해선 탄력근로제 개정법이 시행되는 시점까지 주 52시간 근무제 계도기간을 연장한 바 있다.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또한 마찬가지다. 최저임금법상 다음 해 최저임금은 3월 31일부터 90일간 심의해 8월 5일 고시해야 한다. 따라서 2월 국회에서 반드시 입법을 완료하고 다음달 말까지는 심의에 돌입해야 한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초안은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방안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합법화 등 민감한 내용을 수반하는 ILO 핵심협약 비준 여부도 이번 국회에서 가르마를 타야 한다. 6월 ILO 창립 100주년 총회를 앞두고 가해지는 국제사회 압력, 협약 비준이 초래할 사회적 혼란을 고려해 절충안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협약 비준과 관련해 노동조합법 등 기존 노동 관련 법안을 최소 20개 이상 손봐야 한다.

그러나 공전하는 국회만 탓하기에는 정부의 사전 준비 작업도 한심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당면 현안인 탄력근로기간 확대와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는 이미 지난해 내내 우리 사회를 분열시킨 이슈였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특히 정부는 두 사안을 패키지 딜로 처리하려다 실패해 동력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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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ILO 핵심협약 비준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패키지 딜을 제시했지만 재계와 노동계 양쪽으로부터 외면받았다. 작년 11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개선위원회가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을 포함한 공익위원 권고안을 발표한 뒤 진전이 없다.

탄력근로제는 경사노위 노동시간 개선위원회가 지난달 말까지 논의를 끝낼 계획이었지만 노사 양측 의견이 대립해 종료일을 18일로 미뤘다. 현행 근로기준법에선 단위기간을 최대 3개월까지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영계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법정 근로시간을 지키기 어려워진 만큼 최대 12개월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동계는 단위기간이 늘어나면 근로자 초과근무수당이 줄고 불규칙한 노동으로 건강권이 침해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최저임금 임금구조 개편은 작년 말 정부가 초안을 발표할 당시 1월 말까지 정부안을 확정하고 2월 입법한다고 밝혔지만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의견 수렴을 하겠다"며 토론회를 세 차례나 열었지만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불참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민생을 챙길 컨트롤타워가 사라진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2016년 20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 제1야당인 한국당이 국회 일정을 보이콧한 횟수는 16번에 달한다. 여당 독주를 견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카드인 의사일정 보이콧을 야당이 활용하는 것을 나쁘다고만 할 수 없지만 한국당은 박근혜정부 시절 여당일 때도 국회를 자주 파행시킨 바 있고, 두 달에 한 번꼴로 국회를 멈춰 세우는 것에 대한 여론은 차갑기만 하다.

국회가 공전한다면 정부가 대책을 세워야 하지만 정부 기능도 크게 약화됐다. 과거처럼 대안을 미리 만들어서 국회를 설득시킬 힘이 크게 떨어져 경제정책을 책임질 컨트롤타워가 실종된 상황이다. 청와대와 여당 주도권이 커지면서 행정 영역이 '정치'에 잠식당한 게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정부 관료로 있다가 국회에 파견 온 한 전문위원은 "과거와 비교할 때 현 정부에서는 정책 형성 초기부터 여당 입김이 들어간다"며 "대개 청와대 국정과제를 일방적으로 하달하는 역할에만 머물러 부작용이 크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첫 경제부총리였던 김동연 전 부총리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비롯한 소득주도성장론자들 득세에 밀려 '패싱' 논란에 시달린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현 정부 들어 여권 전·현직 의원들이 대거 입각하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졌다. 현재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는 경제수석을 제외한 장관급 인사 17명 중 7명은 20대 현역 국회의원이고, 1명은 19대 의원 출신이다. 전체 경제장관 중 47.1%가 여권 정치인인 셈이다.

한편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부터 여야 5당 지도부와 함께 5박8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한다. 여야 5당 지도부가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문 의장이 방미 일정 동안 국회 정상화를 위한 물밑 협상을 중재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원내 협상 파트너인 나경원 한국당·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국회를 비워 협상 공백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고재만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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