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2 (일)

반발 의식했나...지역 격차 좁힌 공시지가 상승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겠다는 정부의 기조가 땅값에도 반영됐다. 다만 반발 여론을 의식한 듯 서울과 지방 간 인상 폭 격차는 단독주택 공시가격 인상 때보다는 지역 간 차이를 줄였다.

서울 용산·마포·강남구 등의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대폭 올려 고가 부동산 보유자를 정조준했던 정부가 서울 강남·중·영등포구 등 개발 호재가 있던 지역을 중심으로 공시지가를 두자릿대 퍼센트 인상했다. 값비싼 지역에 땅을 보유한 이들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토지 공시가격은 보유세 부담으로 직결되는 만큼 수익형 부동산시장 양극화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전망했다. 요즘처럼 내수 경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는 소위 ‘핫플레이스’로 불리는 중심 상권이 아니면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리기도, 임대인이 월세를 감당하기도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땅값 공시가 인상률 키 맞춘 정부···중심 상권 겨냥

국토교통부가 12일 공표한 전국 표준지 공시가격을 보면, 인상률이 가장 높은 서울은 평균 13.87%올랐다. 가장 낮은 충남은 공시가격이 평균 3.79% 인상됐다. 전국 평균 인상률은 9.42%다. 지난달 발표된 단독주택 공시지가 인상률의 경우에는 서울은 평균 17.75%, 경남은 0.69%로 지역별 상승률 간 차이가 컸다.

조선비즈

2019년 표준지 공시지가 지역별 인상률 지도 /국토교통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공시 대상인 전국의 약 3309만필지 중에서 대표성 있는 50만필지를 선정한 것이 표준지이고, 표준지 공시지가는 주변 땅의 가격 산정과 과세 기준으로 활용된다.

서울에서는 중심 상권과 최근 상권이 좋아진 지역의 공시지가를 큰 폭으로 올려잡았다. 강남구(23.13%), 중구(21.93%), 영등포구(19.86%), 성동구(16.09%) 순으로 평균인상률을 웃도는 상승폭을 기록했다. 기업 사무실이 밀집된 강남구와 최근 신축 사무건물이 대거 들어선 중구, 뉴타운 등 개발 호재가 있던 영등포구와 성동구 등은 시세를 최대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표준지 중 0.4%에 해당하는 고가 토지의 공시가격은 평균 20.05% 올렸다. 정부는 추정시세가 1㎡당 2000만원 이상이면 고가 토지로 분류한다.

◇건물주 보유세·가게 임대료 줄줄이 오를까

공시지가 인상은 부동산 보유세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에 의존하던 퇴직자들은 과세 부담을 질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정부는 고가 토지를 제외한 나머지 땅은 공시지가 인상률이 높지 않아 세 부담이 급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소비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선 부동산 보유세 부담 상승이 곧 수익 악화로 이어진다고 분석한다. 이 때문에 상가나 사무용 건물의 임대료 조정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이번 표준지가 인상으로) 보유세를 감안한 실질수익률이 하락하는 데다 경기 침체까지 겹쳐, 상가나 사무용 건물 등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초역세권과 중심상권을 제외한 곳에선 상가 폐업률과 공실률이 높아지는 등 수익형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번화가 역시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가 급등한 부담으로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 우려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얘기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표준지가 상승은 주로 상업용·업무용 부동산에 영향을 줄 전망으로, 서울 강남, 명동, 성수, 합정, 연남, 용산 등 상권이 번화한 곳에서는 세입자에게 보유세 부담을 전가해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며 "임대료 감당이 어려운 상인이나 업종은 퇴출될 수밖에 없어 장기적으로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개정된 ‘상가임대차법’ 등 임대료 인상폭을 제한하는 안전장치가 있어, 공시지가 상승이 급격한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되고, 매년 임대료 인상률 상한이 5%로 제한됐다. 그럼에도 세입자가 임차료를 3번 이상 밀리거나, 계약종료일 1~6개월 전까지 내용증명으로 계약연장의사표시를 하지 못하면 임대계약이 연장이 되지 않는다는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한빛 기자(hanvit@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