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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고가 토지, 공시지가 상승률 높여 ‘보유세 현실화’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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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산·광주·제주는 전국 평균 지가 상승률보다 높아

세입자 부담 전가 우려엔 “임대차법 보호…부작용 제한적”

공동주택 공시가격에도 ‘서민 부담 최소화’ 원칙 적용 예상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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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부의 표준지 공시지가(땅값) 결정은 ‘고가 토지’ ‘형평성’ ‘서민 부담 최소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지난달 ‘시세 15억원 이상’ 고가 단독주택을 중심으로 공시가격을 대폭 올리면서 조세 형평성의 첫발을 뗀 정부는 이번에는 그간 상대적으로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이 낮았던 ‘㎡당 시세 2000만원 이상’ 고가 토지의 공시지가를 빠르게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신 중저가 토지의 공시지가는 점진적으로 현실화하기로 해 건강보험료 인상 등 당장 서민층 부담이 커지는 일은 없도록 했다. 오는 4월 말 발표되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에도 이 같은 원칙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전국 약 3309만필지의 개별 공시지가 산정의 기준이 된다. 또 공시가격처럼 각종 조세·부담금 부과 및 건강보험료 산정 기준 등으로 활용된다.

■ 고가 토지 중심으로 높은 상승률

국토교통부는 12일 발표한 ‘2019년 표준지 공시지가’에서 ㎡당 추정시세 2000만원 이상인 고가 토지의 공시지가가 20.05% 상승했다고 밝혔다. 주로 중심상업지에 있거나 대형 상업·업무용 건물 등인 고가 토지는 전국 표준지 50만필지 중 0.4%를 차지하는데, 지가 상승률이 전체 평균(9.42%)보다 2배 이상 높다.

나머지 99.6%에 해당하는 일반 토지의 공시지가 상승률은 고가 토지의 3분의 1 수준인 7.29%다.

예컨대 시세가 ㎡당 8700만원으로 추정되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토지는 공시지가가 6090만원으로, 지난해(4600만원)보다 32.4% 올랐다. 그러나 시세가 ㎡당 810만원인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한 토지는 공시지가가 540만원으로, 지난해(514만원)보다 5.1% 올라 큰 차이가 없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일반 토지에 비해 고가 토지의 현실화율이 낮아 이번에 이를 적극 개선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시지가 상승률은 서울(13.87%), 부산(10.26%), 광주(10.71%), 제주(9.74%) 등 비싼 땅이 몰려 있거나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에서 높게 나타났다. 서울은 국제교류복합지구와 영동대로 지하 통합개발계획 등이 추진 중이며 광주는 에너지밸리산업단지 조성과 송정동 상권 활성화 등이 진행되고 있다. 부산은 북항 재개발과 해운대관광리조트 개발, 제주는 제2공항 기대감과 신화역사공원 개장 등의 요인이 땅값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전국 시·군·구에서 공시지가가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서울 강남구(23.13%)다. 서울 중구(21.93%)와 영등포구(19.86%), 부산 중구(17.18%), 부산진구(16.33%) 등의 상승률도 컸다.

반면 공시지가가 전년 대비 하락한 지역도 있다. 전북 군산시는 제조업 경기 침체와 인구 감소 등의 여파로 1.13% 떨어졌으며, 울산 동구는 현대중공업 종업원 수 감소 및 관련 업황 불황으로 0.53% 하락했다. 경남 창원 성산구(1.87%)와 경남 거제시(2.01%), 충남 당진시(2.13%)도 상승률이 전국 평균보다 현저히 낮았다. 시·도별로 보면 충남(3.79%), 인천(4.37%), 전북(4.45%), 대전(4.52%), 충북(4.75%) 등 13개 지역은 상승률이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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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가 토지는 보유세 급등

고가 토지를 중심으로 공시지가 현실화가 이뤄지면서 서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령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한 상업용 토지(60.0㎡)의 공시지가는 4억8720만원으로 지난해(4억5000만원)보다 8.3% 올랐다. 이에 따라 이 땅 주인이 내야 하는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는 지난해 89만4000원에서 98만8000원으로 10.5% 오르지만, 건강보험료는 32만원으로 동일하다.

다만 고가 토지 소유자의 보유세 부담 증가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4년부터 올해까지 16년간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값에 이름을 올린 서울 중구 명동8길 화장품점 ‘네이처리퍼블릭’ 부지(169.3㎡)의 공시지가는 ㎡당 1억8300만원으로 지난해(9130만원)보다 100.4% 올랐다.

이 토지 소유자는 지난해 보유세로 8139만3140원을 내면 됐지만 올해는 전년 대비 상한선인 50%까지 증가한 1억2208만9710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곳 외에도 공시지가 상위 10곳을 차지한 명동 상권의 고가 토지 주인들은 모두 보유세 부담이 지난해보다 50%가량 늘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세 부담이 증가하면 임대료를 올리는 방식으로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경기 침체로 빈 상가가 늘고 있어 세 부담의 임대료 전가 등의 부작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내수경기 침체로 공실이 늘고 있어 보유세 인상에도 세입자에 대한 세 부담 전가는 일부 핫플레이스 지역을 제외하곤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상가임대차법이 개정되면서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이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된 데다 연간 임대료 인상률 상한이 5%로 묶여 임차인에 대한 ‘보호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김규현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건물주들이 세 부담을 임대료로 전가할 수 있는 상가·사무실 부속 토지 등 별도합산 토지는 1인 기준 보유 토지의 공시지가가 합계 80억원을 초과한 경우에만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해 대상이 많지 않다”며 “영세 상인 및 자영업자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전통시장 내 표준지 등의 공시지가는 상대적으로 소폭 인상했다”고 말했다.

이성희·박상영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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