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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국내 낙태 추정 건수 2017년 5만건…7년만에 3분의 1로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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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사회연구원, 낙태실태조사 발표

조사 여성 75.4% “낙태죄 개정해야”

중앙일보

14일 세종시 세종국책연구단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이소영 인구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이 2018년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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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7년만에 조사해 발표한 인공임신중절(낙태) 실태조사에서 낙태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보건복지부의 의뢰로 지난해 실시한 낙태 실태조사 결과를 14일 공개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해 9~10월 만 15~44세 여성 1만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벌였다. 이에 따르면 전체 조사 여성 1만명 중 낙태를 한 적이 있는 여성은 7.6%(756명)였다. 이는 성경험이 있는 여성 7320명의 10.3%(73%), 임신경험이 있는 여성 3792명의 19.9%였다.

낙태를 할 당시의 혼인상태는 미혼이 46.9%로 가장 많았지만, 법률혼(37.9%)인 경우도 상당수가 있었다. 다음으로 사실혼ㆍ동거 (13.0%), 별거ㆍ이혼ㆍ사별(2.2%) 순이었다. 낙태를 고려하게 된 주된 이유(복수응답)에 대해선 ‘경제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가 46.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자녀계획(44%)’,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42%)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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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임신중절 추정건수 및 인공임신중절률(단위 : 건, 1000명당 건)[자료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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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부 낙태실태조사 결과는 앞선 조사에 비해 낙태 건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낙태를 한 적이 있다고 답한 여성들의 전체 낙태 건수는 1084건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한 2017년 만 15~44세 여성의 낙태율은 인구 1000명당 4.8건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은 낙태율을 바탕으로 2017년 전체 낙태 건수가 4만9746건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정부가 과거 했던 낙태 추정 건수에 비해서 크게 줄어든 수치다. 정부는 지난 2005년과 2011년에 낙태 실태조사를 벌인 바 있다. 두 조사에선 2005년과 2010년의 연간 낙택 추정 건수를 각각 34만2000여 건과 16만8000여 건으로 발표됐다. 2017년 수치는 2011년에 비하면 3분의 1, 2005년 조사와 비교하면 7분의 1 가량으로 줄어든 것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은 낙태 감소의 원인으로 ▶피임실천율의 증가, ▶응급(사후)피임약 처방 건수 증가, ▶만 15~44세 여성의 지속적 감소 등이 원인이라고 추정했다. 조사를 담당한 이소영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피임실천율과 가임여성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성관계시 피임을 하지 않는다는 응답 비율이 2011년 19.7%에서 이번 조사에선 7.3%로 줄었고, 15세~44세 이하 여성의 수가 2010년 1123만명에서 1027만명으로 8.5% 감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정부의 낙태 추정 건수가 과소측정 됐다고 본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2005년 기준으로 낙태 건수가 정부 발표보다 3배 많은 100만 건이 넘는다고 추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소영 연구위원은 “산부인과의사회의 조사도 정확한 근거가 없이 경험치에 의존해 발표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번 실태조사 결과의 구체적인 수치는 과소하게 측정됐을 우려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건수가 줄어드는 추세는 맞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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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이 14일 세종시 국책연구단지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2018년) 주요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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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차이는 현행법률상 낙태가 불법이라 음성적인 형태가 많다는 점도 작용한다. 현행 형법 270조는 ‘의사ㆍ한의사ㆍ조산사 등이 부녀의 촉탁을 받아 낙태한 때에는 2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모자보건법에서 ▶유전적 장애 ▶전염성 질환 ▶강간 또는 준강간 ▶혈족ㆍ인척간 임신 ▶모체 건강을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낙태를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75.4%가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제270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 합법적 낙태를 인정하는 모자보건법에 대해서도 48.9%는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40.4%는 ‘잘 모름’, 10.7%는 ‘개정 불필요’ 순이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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