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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토)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자영업자 "최저임금 동결해달라", 文대통령 "길게 보면 인상으로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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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자영업·소상공인과의 대화'에서 "최저임금의 인상이 설상가상으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킨 측면이 있었으리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길게 보면 결국은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야 되는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최저임금 인상 정책의 '수정'보다는 카드 수수료 대폭 완화, 전통 시장 활성화 등 정책 '보완'에 초점을 뒀다. 저임금 일자리, 저소득층 소득 감소 등 '최저임금 인상 쇼크'에도 기존 경제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날 간담회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선 '인상 폭 조절' '내년 최저임금 동결' 등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의 형편이 여전히 어렵다"며 "(향후)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의견도 충분히 대변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통을 해소해주지 못하고 이 자리에서 처리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을 위한 구체적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저임금위원회 결정 체계를 개편하면서 소상공인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수정했다"고 했다.

조선비즈

“대통령님, 자영업자의 현실은…”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영업·소상공인과의 대화에서 한 자영업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참석자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통을 해소해주지 못하고 이 자리에서 처리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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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문 대통령은 11조원 규모의 일자리안정자금과 사회보험료 지원, 카드 수수료의 대폭 완화 등을 언급하고 "이런 조치들이 함께 취해지면 최저임금이 다소 인상돼도 자영업자들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텐데 이런 보완 조치들은 국회 입법 사항"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대책들이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속도로 맞춰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보완책을 국회가 입법으로 뒷받침하지 않아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자영업 단체들은 "카드 수수료 개편안 등을 최저임금 해결책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한 소상공인 단체 관계자는 "이대로는 힘들다. 최저임금 동결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골목 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 전통 시장 활성화 등도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의 보완책으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2022년까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18조원 규모의 전용 상품권이 발행된다"며 "이른바 '할인 깡' 같은 불법 유통을 철저히 단속해 지역 상권과 서민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전통 시장도 적극 활성화하겠다"며 "올해 전통 시장 지원 예산이 5370억원으로 크게 증액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저는 골목 상인의 아들"이라면서 "부모님이 연탄 가게를 하신 적도 있었는데 주말이나 방학 때 어머니와 함께 연탄 리어카를 끌거나 배달을 하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노력을 많이 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는 기회였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에게는 "평소에도 현장 목소리를 듣는 노력을 조금 더 기울여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 뒤 이어진 오찬 자리에서 "여러분께 식사 대접을 하면서 미안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대통령의 말에 감동받았다"면서도 "소상공인들은 장사할 수 있는 환경을 원한다. 밑도 끝도 없이 정부의 지원을 바라는 사람들이 아니란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날 간담회에는 소상공인연합회, 시장상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 등 총 190여 명이 참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자영업자·소상공인만을 대상으로 한 대통령 초청 간담회는 역대 처음"이라고 했다.





이민석 기자(seok@chosun.com);오로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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