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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英 브렉시트안 또 부결…노딜·2차 국민투표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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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하원이 테리사 메이 총리에게 또 한번 굴욕을 안겼다. 기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을 고치기 위해 EU와 교섭을 이어가겠다는 메이 총리의 결의안을 14일(현지 시각) 찬성 258표, 반대 303표로 부결시킨 것이다.

결의안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이른바 ‘노 딜’ 브렉시트를 배제한다는 이유로 집권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 67명이 일제히 기권한 영향이 컸다. 영국이 노딜 브렉시트를 불사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야 EU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게 이들 강경파의 주장이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노딜 브렉시트를 선택지에서 배제하고 질서 있는 탈퇴 절차를 밟도록 요구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자유민주당 등도 여기에 합류했다.

조선일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019년 2월 14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을 수정하기 위해 EU와 교섭을 계속하겠다는 결의안이 하원에서 부결된 뒤 의사당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하원은 이날 메이 총리가 내놓은 결의안 외에도 브렉시트 시한을 최소 3개월 연장하자는 스코틀랜드국민당의 수정안도 거부했다. 노동당 의원 다수가 반대표를 던졌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정부가 계속해서 의회를 무시하고 있는 가운데, 일관성 있는 계획 없이 (브렉시트가 예정된) 3월 29일을 기다릴 수는 없다"고 했다.

노동당이 제출한 수정안도 부결했다. 이 수정안에는 오는 27일까지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2차 승인투표를 열거나 더이상 EU와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선언하고, 하원이 투표를 통해 향후 조치를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메이 총리는 하원 의사와 관계없이 EU와의 재협상을 계속할 예정이다. 이번 표결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EU와의 협상력을 포함한 메이 총리의 정치 생명은 치명상을 입을 전망이다. 영국 BBC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2016년 총리직에 오른 이래 벌써 10번의 패배를 맛봤다.

표결 결과가 나온 직후,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안 수정을 계속해서 모색할 것이라며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 문제를 법적 구속력을 갖춘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예정대로 오는 3월 29일 EU를 탈퇴하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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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이 2019년 1월 3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의회 본회의에 출석해 EU와 영국이 2018년 11월 타결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안은 재협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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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총리는 오는 26일까지 최대 쟁점인 ‘백스톱(안전장치)’ 조항을 중심으로 EU와 재합의를 시도하고 27일 수정 합의안을 의회에 상정한다는 계획이다. 백스톱은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한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묶어 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메이 총리는 당초 14일까지 EU와 합의를 마칠 것이라고 밝혔으나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한 차례 투표 시한을 연장했다.

하지만 EU는 여전히 메이 총리와의 협상에 냉소적이어서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메이 총리는 이달 말까지 EU와의 합의에 실패하면 앞으로의 계획 등을 포함한 결의안을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브렉시트 시한이 불과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노딜 브렉시트나 브렉시트 찬반을 다시 판가름할 2차 국민투표 개최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브렉시트 향방이 불확실해지면서 기업들은 줄줄이 영국을 탈출하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기업 포드의 경영진은 지난 12일 메이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 계획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포드가 영국에서 고용하는 인력은 약 1만3000명이다. 영국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가전업체 다이슨은 지난달 영국에 있는 본사를 싱가포르에 옮긴다고 밝혔다. 일본 전자기업 소니도 유럽 본부를 영국에서 네덜란드로 이전한다.

영국과 각국 간의 개별 무역협정 체결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영국과 개별 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는 칠레와 스위스, 짐바브웨, 마다가스카르 등 7개국이다. 이들 국가가 영국의 무역 규모에서 차지하는 교역량은 총 2.8%다. 영국이 브렉시트 시한에 맞춰 분주하게 준비를 하더라도 전체 교역량의 97.2%가 장·단기적 충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안팎에서는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마크 카니 영국중앙은행(BOE) 총재는 노딜 브렉시트를 글로벌 무역의 미래를 결정지을 척도로 평가하며 "노딜 브렉시트가 일어나면 영국 경제는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적인 투자자 조지 소로스는 ‘EU는 잠에서 깨어나라’는 기고문을 통해 "유럽이 마치 몽유병환자처럼 의식 없이 걷고 있다"며 "이대로면 1991년 옛 소련처럼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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