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뉴 감독 신임 받던 골잡이
솔샤르 체제 이후 ‘뒷방 신세’
선발 비율 81%서 22%로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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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무리뉴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과 로멜루 루카쿠(사진)의 관계는 ‘스페셜’했다. 루카쿠는 무리뉴 감독의 넘버원 스트라이커였다. 2017~18시즌 프리미어리그 34경기에 출전했는데 그중 33번이 선발이었다.
맨유가 구단 사상 역대 두 번째 최고액인 7500만파운드(약 1086억원)의 이적료를 주고 영입한 루카쿠가 몸값만큼 순항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3월31일 스완지전 이후 지난해 12월9일 풀럼전에서 골을 터뜨릴 때까지 997분 동안 올드 트래퍼드에서 골을 넣지 못해 맨유 팬들의 혈압을 높였다.
‘주심의 조수’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경기만 지켜보며 그라운드만 열심히 뛰어다닌다는 의미였다. 투박한 퍼스트 터치도 늘 조롱의 대상이 됐다. 그래도 무리뉴는 “스트라이커는 골을 넣는 게 전부는 아니다”라며 루카쿠를 감쌌다. 무리뉴는 자신을 앞세우지 않고 팀을 위해 모든 걸 바치는 선수들을 선호한다. 그 전형이 바로 루카쿠였다.
그러나 늘 햇볕이 쨍쨍 내리쬐지 않는 게 인생. 지난해 말 자기를 알아주던 무리뉴가 경질되고 솔샤르 임시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루카쿠의 ‘봄날’도 끝났다. 무리뉴와 관계가 좋지 않았던 포그바가 자유를 만끽하고 래시퍼드가 신바람을 내고 있을 때 루카쿠는 차가운 뒷방으로 밀려났다. 무리뉴 시절엔 선발 출전 비율이 81%에 달했지만 솔샤르 이후엔 22%로 뚝 떨어졌다. 평균 출장 시간도 79.5분에서 40.8분으로 줄었다. 설상가상으로 래시퍼드가 원톱 자리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면서 설자리가 더 좁아졌다. 래시퍼드는 솔샤르 감독 부임 이후 치러진 8번의 리그 경기서 6골·1도움을 올리며 펄펄 날고 있다. 래시퍼드는 맨유 유스 출신이어서 팬들의 사랑도 루카쿠와 차원이 다르다. ‘겨울 부채’로 전락한 루카쿠의 위상이 잘 드러난 게 지난 13일 파리 생제르맹과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이었다. 맨유는 후반 15분 음바페에게 추가골을 내주고 0-2로 끌려갔다. 아직 30분이 남아 있었지만 솔샤르가 루카쿠를 교체투입한 건 종료 6분을 남기고서였다. 루카쿠에 대한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맨유는 현재 위기다. 린가드와 마르시알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산체스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 19일 열리는 첼시와의 FA컵 16강전에 공격수가 부족하다. 어떻게든 루카쿠를 활용해야 할 형편이다. 맨유의 위기가 루카쿠에겐 기회가 된 셈이다. 솔샤르가 무리뉴만큼 충분한 기회를 줄 것 같지는 않지만.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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