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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낙태 점점 음성화…‘수술 알선 네트워크’ 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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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없이 연락처만으로 비밀 상담…수술 고객 서로 교환도

부작용 우려, 낙태죄 폐지 다시 도마에…4월 헌재 판단 주목

“현대 의료시설이 갖춰진 정식 산부인과입니다. 기록은 절대 남지 않습니다. 비밀 상담이 필요하시면 홈페이지에 연락주세요.”

인터넷에서 찾은 한 낙태 가능 병원이 자신들의 영업을 홍보하는 문구다. 적혀진 홈페이지에 가보니 상호도 없이 영업시간과 연락처만으로 비밀 상담방을 운영하고 있었다. 전화해보니 산모의 임신주수와 예약희망일 등을 물어보며 “정확한 병원 위치는 나중에 알려주겠다”고 했다. 상담원은 “서울에 있는, 실력 있는 산부인과”란 점을 강조했다.

인공임신중절(낙태) 수술은 불법으로 규정되면서 낙태는 점점 음성화하고 있다.

17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에서 낙태 관련 병원을 검색하면 ‘#대구낙태수술가능한병원’ ‘#경남낙태가능한병원’ 등 지역별로 다양한 병원들이 소개돼 있다. 이들은 메일 주소를 올려두고 “필요한 이들은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홍보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에서 소개되는 낙태 병원들은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 서로 환자를 가까운 지역의 다른 병원에 소개하는 등 영업 효과를 높이기도 한다.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직선제) 회장은 “이전부터 낙태 수술을 하는 병원들의 네트워크가 있다는 얘기가 많았고, 고발이 들어간 적도 있었다”며 “하지만 실제로 이들 병원을 처벌하려면 시술받은 여성까지 잡아 처벌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업체들은 광고법 위반으로 가벼운 처벌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전체 산부인과 병원 중 낙태 수술을 하는 곳의 비중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의사회가 지난해 11월 낙태 수술 실태를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병원의 70%가량은 수술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나머지 중 20%가량이 낙태 수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병원들을 고발할 필요도 있겠지만, 하나하나 처벌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이처럼 낙태 수술이 음성적으로 이뤄지면 부작용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불법 수술을 막으려면 철저히 규제하거나 낙태를 일정 부분 허용하는 등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헌법재판소가 낙태죄를 어떻게 판단할지 모르겠지만, 낙태를 둔 법과 규정을 명확히 고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4월 낙태죄의 위헌 여부 판단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당은 낙태죄 폐지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기로 했다. 정의당은 형법에서 낙태죄 규정을 삭제할 방침이다.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임신 초기인 12주 이내에 임신부의 요청에 따라 상담을 거쳐 낙태를 허용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되 낙태 시 ‘배우자의 동의’를 전제한 부분은 삭제한다는 방침이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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