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입주 70대 인화물질 붓고 방화…스프링클러 화재경보기 곧바로 작동
입주자 33명 무사 대피…7명 숨진 국일고시원 화재와 대조
5층 건물인 A고시원 입주자 32명의 목숨을 구한 건 건물주 김모 씨가 자발적으로 설치한 스프링클러였다. 다중이용시설의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한 소방법은 2009년 7월 개정됐다. A고시원은 2004년 지어져 스프링클러 의무설치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김 씨는 2011년 자비 3000만 원을 들여 33세대에 모두 스프링클러를 설치했다. 404호에서 화재가 시작되자마자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주변으로 불길이 번지지 않았다. 김 씨는 17일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의무는 없었지만 건물 안전을 생각해 자발적으로 설치했다”고 말했다. 광진소방서 관계자는 “옷장과 옷가지만 조금 탄 정도이고 불길이 바로 진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1983년 지어진 종로 국일고시원 건물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있지 않아 화재 초기 진압에 실패했다. 고시원 주인이 2015년 서울시에 노후 건물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사업에 신청해 선정됐지만 건물주가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당시 스프링클러만 설치돼 있었다면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화재로 7명이 사망한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앞에 시민들의 고인들을 추모하는 국화꽃 등이 놓여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A고시원 건물 각 방마다 설치된 화재경보기가 화재 직후 곧바로 작동한 것도 입주자들의 피해를 줄이는데 도움이 됐다. 종로 국일고시원에도 방마다 화재경보기가 설치돼있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입주민들이 대피하지 못했다.
A고시원 건물주는 2004년 건물을 지을 당시 모든 방에 경보기를 설치했다. 화재가 난 404호 옆방 주민은 “새벽에 자다가 방안에 설치된 화재경보기가 시끄럽게 울려 잠에서 깼다”며 “1~2분간 경보기가 계속 울려 복도로 나갔더니 4층 거주자들이 거의 다 밖에 나와 있었다”고 말했다. 5층에 사는 건물주 김 씨는 화재경보를 듣자마자 바로 4층으로 내려와 자살 현장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화재는 거의 다 진압된 상황이었다. 방화 후 흉기로 자해를 한 박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