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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시가 있는 월요일] 사소하고 위대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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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위대한 것은 지상의 일들이다

우유를 짜서 나무 병에 담는 것

뾰족하게 살을 찌르는 밀밭에서 이삭을 거두는 것

검은 벽난로, 옴 오른 늙은 고양이

잠든 티티새, 뛰어노는 아이들 옆에서

오래된 구두를 고치는 것.

한밤중에 귀뚜라미가 울 때

베틀에서 천천히 옷감을 짜는 것

빵을 굽고 포도주를 익히는 것.

뜰에 양배추와 마늘 씨앗을 뿌리는 것

그리고, 온기가 남아있는 달걀을 거두는 것.

-프랑시스 잠 作 <지상의 일은 위대하다>

일생의 대부분을 자연 속에서 살았던 프랑시스 잠은 사소해 보이는 것들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눈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가 시 속에 녹여낸 것들은 하나같이 대단치 않은 것들이다. 하지만 그의 시는 결코 작지 않다.

그는 벽난로 앞에서 낡은 구두를 고치는 일이 큰소리로 거창하게 떠드는 일보다 훨씬 위대한 일임을 낮은 목소리로 알려준다.

세상을 보는 눈을 조금만 낮추면 지금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 작고 일상적인 것들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알게 된다. 자꾸만 높아지기만 하는 눈높이를 낮추는 일. 그것이 행복으로 가는 빠른 길 아닐까. 눈을 낮추고 내 옆을 보자.

[허연 문화전문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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