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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차라리 손주에게 물려주자, 5월 주택 공시가격 폭탄 터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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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지가가 오르면 각종 세금 등 보유 부담이 커질 텐데 방법이 없나요?"(다주택자 A씨)

정부의 강력한 세금 압박에 부동산 증여를 고민하는 고령 자산가들이 크게 늘고 있다. 최근 정부는 표준지 공시지가를 11년 만에 최대(9.42%)로 올렸다. 공시지가는 부동산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등을 정하는 기준이기 때문에 공시지가 상승은 곧 세금 부담으로 이어진다. 김근호 세무법인 오름 대표세무사는 "올해 서울 등 집값 급등 지역에서 공시지가가 크게 오르고, 종합부동산세 세율은 물론, 공정시장가액비율까지 상향 조정돼 집이 말 그대로 짐으로 변하는 상황"이라며 "높아진 주택 공시가격이 적용되는 올 5월 1일 이전에 증여를 마무리해 세금 부담을 낮추겠다는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주택 증여는 부동산 시장에서 중요한 거래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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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 증여 건수는 11만1863건으로,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9만9312건)보다도 25.2% 늘어났다.

◇"세금 폭탄 피하자" 방어 증여 늘어난다

최근 자산가들의 재산 대물림 트렌드는 무거워지는 세금 부담에 맞서기 위한 이른바 '방어용 증여'로 압축된다. 한 증권사 세무사는 "이번에 정부가 고가 토지만을 콕 집어 공시지가를 대폭 올렸는데, 이 같은 정부의 핀셋 조준을 당한 자산가들의 방어용 증여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세금 압박은 부담스럽지만 입지 좋은 부동산 팔기를 아깝다고 생각하는 자산가들이 증여로 돌아서는 분위기"라며 "자산가들은 한 번 사면 절대 안 파는 경향이 강한데, 여러 채 들고 있다가 세금 폭탄을 맞느니 가족 증여를 차선책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증여가 절세 측면에서 유리하긴 하지만, 자녀 증여를 노골적으로 꺼리는 부모도 적지 않다. 너무 일찍 재산을 물려줬다가 증여 후 자녀의 태도가 달라질까 두려워서다. 법원에는 증여 이후에 부모와 자녀가 서로 다투는 '불효 소송'이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절세 효과 노린 손자·손녀 사랑

세무사들은 방어 증여의 대상으로 자녀가 아니라, 손자·손녀가 거론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이른바 3세대 증여다. 3세대 증여란, 조부모가 부모 세대는 뛰어넘은 채 곧바로 손자·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을 말한다. 3세대 증여는 일반 증여에 비해 30% 할증 세금이 붙는다. 하지만 '조부모→부모'에 이어 '부모→손자·손녀'로 증여를 할 때보다는 최종적으론 세금을 40%가량 줄일 수 있다. 이상혁 하나은행 세무사는 "자녀에게 사전 증여를 했다가 10년 내에 사망하면 상속 재산에 합산되어 세금을 더 낼 수 있지만, 손자·손녀는 상속인이 아닌 데다 상속세 합산 기간이 5년으로 짧아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가 최근 발표한 '2018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손자·손녀를 상속·증여 대상으로 생각하는 응답자 비율은 22.6%로, 전년 대비 10.6%포인트나 증가했다. 특히 고액 자산가일수록 손자·손녀 세대에게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비율이 높았다.

◇일본, 내수 진작용 3세대 증여 장려

일본 정부는 지난 2013년 '교육자금 일괄증여 비과세 제도'를 도입했다. 조부모가 30세 미만 손자·손녀에게 신탁 상품을 이용해 등록금 등 학비를 증여하면, 1인당 1500만엔(약 1억5000만원) 한도로 비과세다. 고령자의 부(富)를 젊은 세대로 이전시켜서 내수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원래 지난해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반응이 좋아 2021년까지 연장됐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3세대 증여 시 할증 과세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 미국·일본만 운영하고 있고 그나마 미국·일본은 특례 조치가 있어 거의 과세되지 않는다"면서 "고령 사회에서 자산의 적절한 활용을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자문사 대표는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변질돼 양극화를 조장할 수 있으므로 충분한 사회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은 기자(div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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