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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야쿠르트·간장회사도 간편식 시장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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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야쿠르트 아줌마'의 카트에는 요구르트, 음료수만 있는 게 아니다. 차돌박이 순두부찌개, 곤드레밥, 스테이크 등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이 가득하다. 한국야쿠르트가 지난 2017년 7월 간편식 브랜드 '잇츠온(EATS ON)'을 출시한 후, 1년 5개월 만(2018년 12월 기준)에 간편식 매출이 270억원을 기록했다.

가정간편식(HMR) 시장을 놓고 식품 업계의 업역(業域) 경계가 허물어졌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과거 주요 제품에 따라 냉동·가공식품 업계, 급식 업계, 배달식 업계, 외식 업계 등으로 나눴지만 이제는 너도나도 HMR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공식품 기업 임원 A씨는 "요즘 이보다 치열한 시장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쑥쑥 커가는 HMR 시장… "합류해야 살아남는다"

CJ푸드빌
이 운영하는 외식 업체 '계절밥상'은 지난해 10월 매장 대표 메뉴인 간장 불고기와 고추장 닭불고기를 집에서 즐길 수 있도록 따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장류 생산 전문 업체를 표방했던 샘표도 즉석 수프 등을 앞세워 HMR 시장에 합류했다. 과거 경쟁 상대가 아니었던 기업들이 HMR 시장에서 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조선비즈

/동원홈푸드 더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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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19 식품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HMR 시장 판매액은 2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2010~2017년 HMR 시장이 연평균 17.3%의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CJ제일제당이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인은 평균 10끼 중 3.9끼를 혼자 먹고, 혼자 먹을 때 HMR 소비가 41%로 가장 높은 결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HMR 시장 소비자가 1인 가구에서 중·장년층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HMR 시장을 기회이자 위기로 바라보고 있는 식품 기업들은 대세가 돼 가고 있는 HMR 시장에 하루빨리 합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 식품 업체 관계자는 "HMR 시장이 기존 유통, 외식, 소스 시장 등을 흡수하면서 기존 주력 제품에만 매달리다가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게 공통적인 생각"이라며 "신시장 개척이란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생존을 위해선 HMR 시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새벽 배송, 만드는 재미… 강점 제각각

HMR 시장은 크게 사실상 조리가 완료된 제품을 데우거나 끓여 먹는 RTH(ready to heat)와 직접 요리를 해먹을 수 있도록 모든 재료를 담은 RTC(ready to cook)로 나눈다. 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각 기업은 저마다 특징을 홍보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죽, 냉동 면 등 RTH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비비고 죽'은 3개월 동안 80억원 이상 판매됐다. CJ제일제당은 2020년까지 HMR 매출을 3조6000억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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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피코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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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야쿠르트 아줌마라는 독특한 유통망을 갖춘 한국야쿠르트는 밀키트(meal kit)로도 불리는 RTC에 힘을 주고 있다. 아무리 간편식이 일상화되더라도 요리의 즐거움은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 업체가 판매하는 '밀푀유나베키트(1만7900원)'에는 소고기, 배춧잎, 깻잎, 버섯, 숙주, 다시마, 육수 등이 들어 있다. 동원F&B가 운영하는 식품 전문 온라인몰 '동원몰'은 전날 오후 5시까지 주문할 경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HMR 제품 등을 배달해주는 새벽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골드만삭스는 세계 HMR 시장 중에서 밀키트 배달 산업만 따로 떼어 놓아도 2020년에는 최대 5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HMR

가정 간편식(Home Meal Replacement). 이미 조리 돼 있어 데우거나 끓이기만 하면 되는 RTH(ready to heat)와 직접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도록 모든 재료가 포함된 RTC(ready to cook)로 나뉜다.




석남준 기자(namj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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