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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ZOOM·3] 언론에 상처받은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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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텀

사진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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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판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면, 비난은 어떤 경우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비난은 마음에만 담아두시고 지금 당신 앞에 놓인 포석들을 잘 활용하는 편이 더 효과적입니다. 비난으로 세월을 소비하기엔 우리에게 시간이 부족합니다.

이 세상은 이해 가능하지 않지만, 그래도 포용 가능하다.” – 마르틴 부버

물론 저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기자들에 대한 불신을 말이죠. 지난해 10월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언론신뢰도 꼴찌, 탈출할 길은 없나?’라는 주제로 긴급 세미나를 열었던 것을 떠올려보면 그것이 더더욱 실감(實感)으로 다가옵니다. 당사자들조차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데, 수용자인 우리는 어떻겠습니까.

성공 가도를 지금 달리고 계시거나, 이제 막 도약기에 있는 스타트업 리더들은 얼마간 기자들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으실 겁니다. 작은 실수로 집중 포화를 맞았다거나, 그래서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봤다거나, 인터뷰나 멘트가 곡해돼서 송고되는 바람에 곤혹스러웠던 경험 등등.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분위기가 무르익고 서로 마음을 터놓는 시기가 오면, 그때서야 한 말씀씩 하십니다. “취재도 안하고 상상으로 기사 쓰나? 기레기들!” 스타트업처럼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분들에게는 기사 문구 하나가 비즈니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사석에서조차 비난은 금물입니다

만약 세상에 단 두 사람만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들은 어떻게 지낼까? 도와주고, 해치고, 치켜세우고, 비방하고, 싸우고, 화해할 것이다. 그들은 함께 살지도 못하지만, 없이 살지도 못한다.”-볼테르

그 마음, 그 상처, 십분 이해하고 공감합니다. 언론계에 잠시 몸담았던 저로서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간곡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이 사업체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리더라면, 그 어느 곳에서도 기자와 그가 속한 매체를 거명하면서 비난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사석에서도 말이죠. 예측하지 못한 형태로, 독이 되어 날아올 수 있습니다.

‘나의 건전한 비판은 언론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드실 수도 있지만, 그것은 학자들과 시민사회에 맡겨두십시오. 그리고 온전히 경영에만 몰두하십시오. 되레 그들을 활용할 방법을 찾아봅시다. 그것이 현명합니다. 악(惡)감정은 속히 털어버리고, ‘내 사업을 위해 기자들을 잘 활용하자’란 생각으로 사업에 임하시기 바랍니다.

그 기사들, 다 믿을 수 있는 겁니까?”

제가 이같은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국내 유력 종합일간지 6곳(경향, 동아, 조선, 중앙, 한겨레, 한국)의 ‘신년기획’을 분석하는 연재를 <플래텀>에 내놓고 있는 지금, 지난 1달여간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 이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기사들, 다 믿을 수 있는 겁니까?” 저는 그래서 이렇게 답변을 드렸습니다. “다 믿을 순 없습니다. 다만 이념 지향이 완전히 다른 매체들조차 공통 화두로 삼은 주제가 있다면, 그 고갱이를 취하는 것은 아주 효과적일 것입니다.”

기자들에 대한 신뢰도가 최저점을 연일 갱신하고 있는 것이 한국 저널리즘의 현실이지만, 훌륭한 저널리스트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현장에서 그런 기자분들을 적지 않게 만났기 때문에, 감히 드릴 수 있는 말씀입니다. 특히나 콘텐츠 스타트업들은, 기자들 역시 콘텐츠를 만드는 직업이니 같은 궤도에 있는만큼, 언론에 냉소적인 시선으로 일관하는 것은 사업에 전혀 보탬이 되지 않습니다.

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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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활용법

그와 당신은 마치 유리창 위 빗방울처럼 합쳐진다.”-C.S. 루이스 <예기치 못한 기쁨> 에서

그러니 이렇게 활용해 보시죠. 냉정히 말해, 기자는 하루살이 직업입니다. 잠들기 전에, 이튿날 발제할 기삿거리가 없으면 잠도 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기자들을 만나실 때 건네줄 기삿거리를 하나쯤, 늘 지니고 다니시기 바랍니다. 예컨대, 비즈니스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각들을 기억해두시라는 뜻입니다.

“박 기자님, 요즘은 게임도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는 시대잖아요? 이 부문에서도 비즈니스 기회가 무한대로 나올 것 같아요. 우리 업체도 그렇고요.” “김 기자님, 스타트업 수명이 짧은 이유가 뭔지 아세요? 혹시 돈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인간관계 때문인 경우도 부지기수거든요.”

그럼 기자들은 이를 기사로 쓰든 쓰지 않든, 신선한 시각과 현장의 애로사항을 담은 내용이라면, 발제 아이템으로 쟁여 놓을 수 있게 됩니다. 당신에게 더 호의적인 연락을 해올 것입니다.

스트레이트 활용법

그럼에도 그들을 믿기 어렵다면, 다음과 같은 방법도 유효합니다. 적어도 믿을 수 있을 만한 기사 스타일을 찾아서 핵심만 간추리고, 이를 취하자는 것입니다. 분(分)단위 회의가 계속되는 리더들에게 신뢰하기 어려운 기사를 읽는 일은 조직에 막대한 손해를 줄 수 있습니다. 그들의 귀한 시간을 갉아먹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하게는 잘못된 경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빌미가 되기도 해서 그렇습니다.

우선 사실만을 나열한 단순 ‘스트레이트’ 기사는 정보 수집용으로 활용하십시오. 이런 기사는 매체별 차이가 없습니다. 어떤 해석도 가미되지 않았기에, 오히려 유용합니다. 편견 없이 건조한 사실만을 서술하고 있으므로, 객관적인 정보만을 수습할 수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기사는 제목과 리드(기사의 첫 문장)만 빠르게 훑으시면서 주요 정보만 캐내십시오. 자세한 부분까지 확인하면서 힘과 시간을 낭비하진 마십시오.

<주말판> 활용법

대신 ‘주말판’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특히나 우리가 검토하고 있는 6개 매체의 ‘주말판’은 콘텐츠의 질과 양에서 모두 훌륭합니다. ‘주말판’에서 다뤄지는 기사들은 대개 꽤 긴 호흡을 요구하기 때문에 심층취재가 필수입니다. 그만큼 그들이 캐낸 정보는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높습니다. 기사 형태가 아닌 외부 필진들, 그러니까 각계 전문가들이 주 단위로 연재하는 글들이 ‘주말판’에는 많이 실리는데, 이는 그 자체로 훌륭한 ‘실시간 참고 문헌’이 됩니다.

더불어 매주 토요일에 발행되는 이 <주말판>에는 해당 주간의 주요 시사 토픽을 한 눈에 꿰어볼 수 있는 분석 기사가 실리곤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다음 주에 눈여겨 봐야 할 이슈들도 전망해줍니다. 정보(점)보다 맥락(선)을 우선시하는 것이죠. 매일 현안을 쫓느라 조각난 정보들만을 담은 기사를 따라다니지 하지 않아도, 이 같은 기사 하나만으로도 당대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트렌드를 반영한 기획기사들을 1면 커버스토리로 전면 배치합니다. 그렇다면, 6개 매체에 한정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 신문들을 활용하면 좋을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 사례1. <조선일보>

<조선일보> 토요판 별지 섹션 <아무튼, 주말>은 꼭 챙겨보시기 바랍니다. <조선일보>의 섭외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때문에 우리가 쉽게 만나기 어렵거나, 잊고 있었던 명사들을 집중 인터뷰하는 기사들이 자주 실립니다. 그 외에도 사건·사고를 포함한 사회부 기사, 여행 및 레저 분야까지 담아낸 대중문화 기사 등등 전 범위를 망라하는 고급 콘텐츠가 인포그래픽과 함께 풍부하게 게재됩니다.

# 사례2. <중앙일보>

<중앙일보>에서 발행하는 주말판인 <중앙 SUNDAY>도 놓칠 수 없습니다. 대부분을 기획기사로만 장식하는 이 주말판에는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전문기자들의 심층 리포트가 실립니다. 이 주말판의 오피니언 란도 주목해볼만 합니다. 주중에는 지면 한계상 짧은 칼럼들만 실릴 수밖에 없지만 주말판은 다릅니다. 필자들도 일급입니다. 특히나 IT부문 스타트업에 종사하시는 리더들은, ‘정재승 칼럼’을 놓쳐서는 안됩니다.

*(기자들이나 논설위원이 쓰는 칼럼보다는 학자 등 해당분야에서 오래 공부하고 경험하신 분들의 칼럼을 주로 읽으십시오. 기자 출신 논설위원들의 칼럼은 시의성은 높으나, 깊이가 부족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만큼 빨리 휘발된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남는 게 많지 않다는 뜻이죠.)

# 사례3. <경향신문>

<경향신문>은 기획 기사에 유달리 강한 특성을 보이는 매체입니다. 특종도 <경향신문>을 통해 자주 접할 수 있겠지만, 이 신문의 주요 장기는 신선한 기획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진보적 성향을 띄고 있다고 늘 소수자 이슈만 다루는 것은 아니니 편견을 갖진 마시길 바랍니다.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시의성 높은 고급 기사들이 커버스토리로 종종 실립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날 것 그대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사례4. <한겨레신문>

<한겨레신문>은 한국 언론계에 ‘토요판’이란 개념을 처음 도입해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말 읽을거리를 독자들에게 제공하고자 편집을 주중과는 완전히 차별화했습니다. 그렇게 토요판 혁신을 이끌었습니다. <한겨레>라고 하면 다소 고루한 느낌이 들겠지만, 토요판 만큼은 다릅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일급 필자(<한겨레> 소속 기자가 쓴 기사가 아니더라도)들이 통찰을 내놓고 있으니, 느긋한 시간대에 의자를 뒤로 젖혀놓고 편하게 기사를 감상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언제 이 많은 정보와 혜안을 직접 수습해 읽고 있겠냐고 누군가 물으실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렇게는 답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 것(시간이든 돈이든)을 일정 부분 내놓지 않고 돌려받을 수 있는 ‘가치있는 무엇’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죠. 차별화를 위해서라면 지불해야 합니다.

혹시, 언론 무풍지대를 기대하십니까?

당신의 사업을 공격하는 기사를 만나더라도,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일이지, 역공을 심하게 펼쳐서는 득이 되지 않습니다. 그들이 밉더라도 그렇습니다. 스타트업은 그 방법이 무엇이든, 버티면 기회가 온다는 것을 명심합시다. ‘언론 무풍지대에 살고 싶다’고 토로하시는 당신은, 결코 트렌드를 주도하기도, 성공하기도 어렵습니다. 명성이 높아질수록 이를 비판하거나, 나아가 시기하는 이들의 질시는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기자들이 당신을 주목해주지 않으면, 그래서 기사로 써주지 않으면, 당신이 아무리 뛰어난 콘텐츠를 내놓아도 빛을 볼 수 없습니다. 혹시, 아직도 당신만의 훌륭한 콘텐츠만으로 승부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여전히 당신은 콘텐츠 함정(Content Trap)에 빠져 계시군요. 한계를 극복하는 더 쉬운 길이 있는데,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무능이지, 소신이 아닙니다. 그러니 비난을 수용하는 담대함이 필요합니다. 그러면서도 일부 성실한 기자들이 만들어내는 고급 콘텐츠는 놓치지 않는, 운영의 묘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이것이 바로, 언론에 상처받은 당신이, 자신을 더 이상 소진시키지 않으면서, 두 발짝 더 나가는 효과적인 치유법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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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 레이먼드 권(Raymond Kwon) / 前 <한겨레신문> 기자, 어쩌다 <한국기자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는 콘텐츠 미디어 크리에이티브 스타트업 <카운터컬쳐>(Counter-culture) 커뮤니케이션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E-mail : raymond@counter-culture.co

글: 외부기고(contribution@plat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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