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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크루즈 여행 체험기] 바다위에서 즐기는 일광욕·영화감상…이런 여행도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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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갑판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여행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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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여행을 꿈꿨다. 딱, 한곳에 처박혀, 아무것도 안 하고 느릿느릿 시간을 까먹는 여행. 그런데 취재 요청이 왔다. 크루즈. 바로 지원.

배에 오르는 순간부터 아찔했다. 63m 높이 사파이어 프린세스호는 아파트 고층 정도의 풍경을 선사했다. 후~ 야릇한 흥분을 감추고 한숨 돌리고 있는데, 선장이 방송을 통해 환영 인사를 전하는가 싶더니 곧장 비상소집을 발동한다. 숙소인 E314호실의 집합지 카지노로 이동했다. 다들 잭팟을 맞은 듯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있기에 덩달아 흥이 올라 휴대폰으로 이곳저곳을 담았다. "익스큐스 미" 선원이 말린다. 뭐라고? 아, 맞다. 훈련이지. "오케이 오케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탑재하고 숙소 문을 열어젖혔다. 하얀 침대에 몸을 던지고 커튼을 걷었다. 창밖으로 푸른 바다가 햇살에 반짝반짝 물결친다. 하염없이 보다 그만 사르르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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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이어 프린세스호는 선미 등 곳곳에 풀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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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눈을 비비고 숙소 전화를 들었다. 수화기 너머로 저녁 먹으러 가자는 최갑수 여행작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꼬르륵 뱃고동이 울렸다. 시계를 보니 레스토랑에서 특별한 메뉴를 내놓는 시간인 7시 30분이 임박했다. 최 작가와 만나 레스토랑에서 샐러드와 메인요리, 디저트까지 음미했다. 와인도 한잔 곁들이니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는 건지, 꿈인지 생시인지, '금수저'로 신분 상승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소화도 시키고 구경도 할 겸 15층 갑판으로 나왔더니, 유튜버 원지와 쏘이가 수영복 차림으로 풀장에서 달빛을 즐기고 있었다. 귀한 영상물에 괴한으로 난입할까봐 조용히 자리를 옮겼다. 퓨전 호프로 가서 밴드 '더 드랍'의 공연을 관람했다. 맥주를 홀짝홀짝 맛보고 있었는데, 소프트한 노래가 흘러나오자 연인 한 쌍이 무대로 입장했다. 남성의 손을 잡고 뱅글뱅글 도는 여성의 브래지어 끈이 흘러내렸다. 그들은 춤을 멈추지 않았다.

둘째 날 아침은 숙소에서 전날 주문한 식사를 먹으면서 시작했다. 크루아상, 모닝빵, 플레인 요구르트, 딸기맛 요구르트, 커피, 허브티, 멜론, 오렌지, 수박, 시리얼까지…. 너무 많이 시킨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다 사라졌다. 크루즈 3박4일 타면 최소 3㎏은 찐다는 최 작가의 말이 떠올라 줌바 교실이 열리는 5층 인터넷카페를 찾았다. 레프트, 라이트, 마치 택견을 하듯이 세계 각국 아줌마들이 리듬에 몸을 맡긴 채 칼로리를 태우고 있었다. 다소 민망해서 함수 15층에 위치한 피트니스센터로 갔다. 러닝머신을 달리고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으니 마치 그로 인해 배가 나아가는 듯했다.

한바탕 땀을 쭉 빼고 늘어졌더니 오후 3시께 첫 기항지 말레이시아 페낭에 닿았다. 하루 만에 밟은 육지에서는 희한한 광경이 펼쳐졌다. 항구 근처는 서양식 건물이 즐비했는데, 내륙 방면 조지타운으로 들어가면 인도가 보였다. 조금 더 걸어 한두 블록 이동하니 중국이었다. 불과 몇 분 거리에 힌두사원과 이슬람사원, 중국식 도교사원, 가톨릭 성당까지 온갖 종교시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또 골목골목마다 벽화가 그려져 있다. 이 도시 재밌다. 하지만, 쉿, 괜히 알리지 마시라. 왜냐? 소문나면 붐비니까. 유유자적 페낭 구경에 등줄기를 타고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카페로 피신해 말레이시아 화이트커피로 당을 보충했다. 단맛이 혀를 타고 뇌수까지 전해져 힘이 솟았다. 번화가는 크루즈에서 내린 서양 사람들까지 우르르 몰려와 말 그대로 '위아 더 월드'다. 어느새 어둑어둑해져 배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잔잔한 바다물결이 어머니 품처럼 따스하게 얼러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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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에서 내린 동료들과 싱가포르에서 킹크랩을 먹으며 추억을 공유했다. 왼쪽부터 권오균 기자, 최갑수 여행작가, 여행유투버 쏘이, 여행유투버 원지.


둘째 날 아침, 선장이 다음 기항지 태국 푸껫이 지근거리라고 알린다. 갑판은 믈라카 해협으로 해가 떠오르는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승객으로 가득했다. 푸껫은 크루즈함이 정박할 터미널이 없어 통통배를 타고 이동했다. 페낭과 달리 도시가 아니어서 미리 투어코스를 신청하지 않고서는 투어가 곤란했다. 택시를 타고 호텔로 이동해 타이 마시지를 받고 복귀했다.

크루즈 마지막 날 일정은 하루 종일 항해였다. 그렇지만 지루할 틈은 없었다. 수시로 숙소 방 입구에 배달해주는 선상신문은 빽빽한 공연 프로그램 일정을 알려줬다. 영화도 보고 싶고, 피아노 연주도 듣고 싶은데, 카지노에서 도박을 배워볼까. 망설이다 선택 장애에 빠져 갑판에 누워 책을 읽었다. 그러다 바닷바람이 코를 간지럽히면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았다. 이상하게 마음에 평온이 찾아왔다. 사실 가장 필요한 건 멍 때리기였다. 방으로 돌아와 침대가 나인지 내가 침대인지 헷갈릴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르렀다. 어느 침대 광고처럼 흔들림 없는 안락함을 만끽했다.

넷째 날 아침 프린세스호와 작별했다. 식당에서 합석한 시애틀에서 온 노부부는 배에 남아 상하이를 거쳐 베이징도 갈 예정이라는데, 부러웠다.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크루즈 여행 3배로 즐기는 방법

여러 국가를 가기 때문에 미리 환전해두면 편리하다. 현지 화폐는 소액만 바꾸고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달러도 준비하면 안전하다. 선내에서는 발급받은 출입키에 신용카드를 등록해 하선하기 전날 밤 11시 기준으로 자동으로 결제처리가 된다. 사파이어 프린세스호는 수용인원이 2678명에 달하고 높이 63m, 길이는 291m로 63빌딩(249m)을 옆으로 눕힌 것보다 넓다. 규모에 걸맞게 부대시설이 화려하다. 미용실, 스파, 극장, 피트니스, 수영장, 농구장 등 편의시설을 갖추었다. 선내에서 명품시계와 보석, 의류도 판매하고 그림 경매도 열린다. 기항지에서는 추가 요금을 내고 투어를 신청할 수도 있고 자유 일정을 소화해도 된다. 평소에는 선내에서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도 무방하나 정찬식당을 이용할 때는 격식을 갖춰야 한다. 식당은 대부분 무료이나 유료 식당도 있다. 이탈리안과 스테이크가 유명하다. 더 자세한 내용은 프린세스 크루즈 홈페이지 또는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취재 협조 = 프린세스 크루즈

[싱가포르 = 글·사진 권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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