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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단독]유아 키우는 40대 워킹맘, 가장 시간에 쫓기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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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연구원 ‘시간빈곤’ 분석

돌봄노동 전담, 자유시간 적지만 ‘빈곤층 떨어질라’ 일 그만 못 둬

성인 4명 중 1명이 ‘타임푸어’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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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다니며 미취학 자녀를 돌보는 40대 기혼 여성이 가장 극심한 ‘시간빈곤(타임푸어)’에 시달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을 그만두면 빈곤층이 될 가능성이 높아 장시간 업무·가사 노동에 내몰리는 셈이다. 또 한국의 20세 이상 성인 4명 중 1명은 1주일에 자유시간이 33시간도 안되는 시간빈곤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 이경희 선임연구위원과 김근주 부연구위원의 ‘시간빈곤에 관한 연구’를 보면, 한국 성인들은 주당 평균 50.2시간의 자유시간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연구원이 지난해 7월11일부터 2주간 만 20세 이상~만 60세 미만 남녀 3360명을 대상으로 시간 사용 실태를 파악한 결과다.

이들을 일렬로 세웠을 때 정 가운데에 있는 중위값(47.0시간)의 70% 이하일 경우 시간빈곤층으로 보면, 한국 성인의 시간빈곤율은 24.6%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여성의 시간빈곤율이 25.4%로 남성(23.8%)보다 높았다. 자유시간이 타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빈곤층의 실태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특유의 장시간 노동과 급속한 디지털화, 가사·육아 부담은 시간빈곤을 가속화시켰다. 취업자의 경우 1주일(168시간)에 가장 많이 쓰는 시간은 수면·개인관리 시간(61.4)이었다. 업무시간에 통근시간과 스마트 기기로 업무를 보는 시간을 더한 ‘노동시간’이 46.1시간, 자녀나 가족을 돌보는 가사시간은 15.9시간으로 집계됐다.

연령대, 혼인 여부, 자녀 여부 등도 시간빈곤에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연령별 시간빈곤율은 20대에 10%대에 머물다가 30~40대에는 30%까지 올랐다. 50대는 남성의 시간빈곤율이 14.6%로 크게 하락하는 데 반해, 여성은 24.1%로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가사 부담의 여성 집중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취업자와 비취업자를 모두 포함했을 때 30대 여성(34.6%)에서 시간빈곤율이 가장 높았다.

시간빈곤율은 남녀 모두 기혼자에게서 높게 나타났다. 기혼 남성(29.2%)과 기혼 여성(33.5%)의 시간빈곤율은 미혼 남성(15.6%)과 미혼 여성(15.0%)에 비해 두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특히 여성은 육아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자녀가 없다면 시간빈곤율은 남녀 각각 16.2%, 14.2%로 미혼 남녀와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남성이 29.8%, 여성이 37.0%로 시간빈곤율이 증가했다. 특히 6세 이하 미취학 자녀가 있는 경우 남성의 시간빈곤율은 52.5%, 여성은 66.2%까지 상승했다.

시간빈곤을 결정하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 6세 이하 자녀를 둔 40대 취업 여성이 시간빈곤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퇴직할 경우 50.5%가 소득빈곤 가구로 편입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시간빈곤을 지속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는 셈이다.

■ 시간빈곤 (타임푸어)

일주일(168시간) 동안 누리는 여가 또는 자유시간이 다른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을 의미한다. 수면·개인관리, 업무, 가사 시간 등을 제외한 여가활동 시간인 자유시간을 구하고 중위값의 70%에 미달하는 사람을 시간빈곤층으로 본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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