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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에듀파인' 갈등 5개월…"학부모·아이들이 볼모냐"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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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문영재 기자] [에듀파인 도입 D-10] 교육부 "회계부정 차단" vs 한유총 "사립에 부적합"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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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사립유치원에 도입되는 회계관리시스템인 에듀파인 시연회가 열리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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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다음 달 1일 공식 개통을 열흘 앞두고 19일 공개한 '에듀파인'(국가관리회계시스템)은 사립유치원의 재원별 관리를 통해 부정거래 등 회계사고를 막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가재정인 보조금·지원금과 수익자부담에 따른 학부모 부담금을 명확히 구분했다는 얘기다. 교육부는 이번 '사립유치원 맞춤형 에듀파인' 적용을 통해 회계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사립유치원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에듀파인이 사립유치원 실정에 맞지 않는다며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예산사용에 따른 불만과 별도 인력운영에 대한 불편함 등을 들어 사립유치원들이 에듀파인 도입을 거부하고 있다며 정부와 사립유치원의 갈등이 커질수록 피해는 고스란히 학부모·학생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회계부정 막을 수 있어"= 지난해 10월1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교육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비리유치원' 공개로 촉발된 사립유치원 사태가 5개월째를 맞고 있다. 그간 정부는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며 부랴부랴 사립유치원 종합대책을 내놨다. '유치원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도 발의됐다. 그러나 유치원3법은 여야간 극한 대립 속에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넘겨졌다. 정부는 유치원 무단 폐원에 따른 행정처분 근거 등을 마련키 위해 유아교육법 시행령·시행규칙 등 4개 법령 개정을 추진했다. 사립유치원 에듀파인 사용 의무화는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에 있는 사립유치원 예외조항을 삭제하는 것으로 대체됐다.

한유총은 사립유치원 사태 초기 "일부 사립유치원의 비리를 전체 유치원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비판하다가 정부의 에듀파인 도입 움직임이 있자 '사유재산권 보장' 등을 주장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사립유치원에 대한 재무회계규칙 개정 등에 대한 논의는 이미 2012년부터 제기돼 왔다며 정부가 그동안 방치하고 있다가 준비기간도 없이 급격하게 밀어붙이자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은영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사립유치원 문제점이 표면화된 건 지난 국감 때였지만 정부도 이미 10년 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며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원아 수가 70%가 넘는다는 점을 고려해 사립유치원과 접점을 찾으려는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이들 볼모로 휴폐원 안돼" 비판= 한유총은 에듀파인 가입은 개별 유치원의 판단에 맡기겠다면서도 집행부 차원에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하고 있다. 교육부에 항의 방문해 입장문을 전달하고 최근에는 이른바 '비리 유치원'으로 찍힌 사립유치원들을 정부가 사들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한유총은 교육부가 20일까지 면담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어 대국민호소에 나설 예정이다.

한유총이 에듀파인 도입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는 건 사립유치원이 원장(설립자) 재산이라는 인식이 짙게 깔려있기 때문이다.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지금까지 개인사업자로 유치원 운영에 대한 모든 결정 등 권리를 행사했지만 에듀파인을 도입할 경우 '유치원 오너'로서 아무런 권리도 행사하지 못하고 정부에 종속된 채 집행관리자 역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각종 사업비용처리도 '선집행-후증빙'에서 '선품위(계획)-후결제(집행)' 방식으로 바뀐다. 일각에서는 회계관리 직원을 따로 두는 사립학교과 달리 사립유치원은 원장이나 교사들이 에듀파인을 도맡을 수 있어 업무과중을 꼽기도 한다. 김철 한유총 정책홍보국장은 "정부가 에듀파인 가입을 압박하고 있지만 '처음학교'로 가입 수준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유치원 온라인입학관리시스템 처음학교로에 참여하기로 한 사립유치원은 전국적으로 546곳(56.54%)으로 전년(2.7%)보다 크게 늘었다. 그러나 대형 사립유치원들이 처음학교로에 불참하고 시도별 편차도 커 적지 않은 학부모가 자녀 유치원 입학에 적잖은 혼란을 겪었다.


전문가들은 당장 '유치원 대란' 사태가 발생하진 않더라도 정부와 사립유치원 간 갈등이 장기화하고 문 닫는 사립유치원이 많아질 경우 애꿎은 학부모·원아들만 피해를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연구위원은 "국공립을 늘린다고 해도 설립에 따른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며 "사립유치원 휴폐원이 크게 늘면 원아 수급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현재 휴폐원을 신청한 사립유치원은 모두 148곳으로 집계됐다.

세종=문영재 기자 jw0404s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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