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보안 위험 완화 가능 결론”…화웨이에 ‘숨통’
영 정부 최종 승인 결정 땐, 미의 ‘몰아내기’ 행보 역행
동맹국들에도 영향 가능성…중국 외교부 “현명한 선택”
그래픽 | 성덕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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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보기관이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5세대(5G) 이동통신 제품에 대한 보안 위험을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미국의 ‘화웨이 보이콧’ 행보에 배치되는 것이다. 미국의 가중되는 압박에 시달리던 화웨이로선 반색할 만한 일이다.
파이낸셜타임스, BBC 등 영국 언론들은 17일(현지시간) 영국 정보통신본부 산하 국립사이버보안센터(NCSC)가 화웨이 5G 통신장비를 사용하면서 사이버 안보 위험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결론내렸다고 보도했다. 화웨이의 보안 역량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관리 가능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이는 동맹국들과 연합해 글로벌 시장에서 화웨이의 5G 장비 몰아내기에 나선 미국과 상반되는 입장이다. 미국은 화웨이가 자사 장비에 백도어(인증 없이 전산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돌리는 장치)를 몰래 만들어 중국 정부의 지령에 따라 기밀을 빼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화웨이를 설립한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은 중국 인민해방군 통신 장교 출신으로 화웨이가 인민해방군의 프로젝트를 독점 수주해 성장해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16일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화웨이는 중국 정부와 데이터를 공유하기 때문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면 위험하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11일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면 (우리와) 파트너로서 같이 가기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강한 압박에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 동맹국들은 반(反)화웨이 드라이브에 동참한 상태다.
영국 정부가 NCSC의 결론을 최종 승인한다면 다른 나라들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영국이 화웨이 장비를 계속 사용할 경우 다른 국가들도 ‘화웨이 보이콧’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국은 미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와 함께 정보협력체제인 ‘파이브아이즈(Five Eyes)’에 속한다. 한 소식통은 파이낸셜타임스에 “영국은 파이브아이즈를 통해 미국의 민감한 정보에도 접근 가능하다”며 “영국의 이 같은 결정이 유럽 지도자들에게 고민을 안겨줄 것”이라고 했다. 보다폰, EE, 스리 등 영국 주요 이동통신사들은 화웨이와 공동으로 5G 네트워크를 개발해왔다. 보다폰의 닉 리드 최고경영자(CEO)는 “만약 5G 네트워크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면 비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 5G 장비는 노키아 등 업체에 비해 20%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높아지는 압력으로 허덕이던 화웨이로선 우군을 만난 셈이다. 화웨이는 향후 5년간 20억달러(약 2조2516억원)를 투입해 보안 강화에 나서겠다고 발표하는 등 보이콧 진화에 안간힘을 써왔다. 쉬즈쥔(徐直軍) 화웨이 순환 회장은 영국 매체들을 대상으로 한 기자회견에서 “5G를 통해 전송되는 정보는 256비트 암호화를 거치기 때문에 아직 실용화도 되지 않은 양자컴퓨터 정도가 돼야 암호를 해독할 수 있다”면서 “5G는 원자탄이 아니다. 사람을 해칠 수 없다”고 했다.
중국 정부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영국이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현명한 선택을 해 중국과 영국 양국 인민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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