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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한국 성장률 3.7%는 돼야…정책 실패 반복 땐 위기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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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학회장 취임한 이인실

고용 나쁘면 맞춤형 정책 써야지

전방위로 돈 풀면 재정만 축내

남북 경협 너무 큰 기대는 곤란

시간 걸리고 관련 통계도 불충분

중앙일보

이인실 신임 한국경제학회 회장이 14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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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한국경제학회 회장에 취임한 이인실(62)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학계 대표적인 여성 리더다. 그러나 더 이목을 끈 것은 여느 학자들은 갖기 힘든 현장 경험이다. 미국 미네소타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하나경제연구소·한국경제연구원·국회예산정책처를 거처 2009년에는 제12대 통계청장을 지냈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곳에서 한국 경제를 고민한 경험으로 학회와 한국 경제에 기여할 방법을 찾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우선 경제학자로서 한국 경제에 대한 맹목적인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 정책 실패가 반복되면 위기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대중들부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이런 학계의 인식을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평가절하하기 위한 ‘정치적 프레임’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인다.

이 회장은 “경제학자들이 위기를 거론하는 이유는 대중의 공포심을 조장하기 위한 게 아니라 위기에 적절히 대응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회장과의 일문일답.



Q : 경제학자로서 지난해 한국 경제를 평가한다면.



A : "한국이 신흥국 수준으로 성장하길 바랄 순 없지만, 세계 경제성장률(3.7%) 정도의 성적은 내주는 게 한국 경제 실력에 걸맞다. 지난해 경제 성장률(2.7%)은 정부 재정에 기댄 측면이 많았다. 미래 세대에게 낸 빚을 당겨쓴 효과가 컸다.”




Q : 2022년까지 재정 확장 기조가 유지된다.



A : "통상 정부는 경기 호황엔 긴축을, 불황엔 확장 재정을 하는 게 순리다. 그러나 한국의 재정 정책은 그렇지 못했다. 불황은 물론 호황일 때도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영했다. 돈을 쓰고 생색내고 싶은 ‘경제의 정치화’ 현상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재정 건전성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Q : 일자리 지표가 나쁠 땐, 확장 재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A : "경제가 잠재성장률(과열을 유발하지 않고 최대한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보다 나쁠 땐 쓸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고용 지표가 나빠지면, 이 문제에 대한 맞춤형 정책을 써야지, 전방위로 돈을 푸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Q : 이번 한국경제학회 포럼에서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평가가 화두다.



A : "케인스학파에선 수요 창출을 위한 소비 증대를 중요하게 본다. 상대적으로 한계소비성향(추가 소득 중 저축하지 않고 소비하는 금액의 비율)이 높은 저소득층 소득을 늘리겠다는 취지는 이론적으론 틀리진 않았다고 본다. 그러나 노동 비용이 늘면 기업이 생산성을 높이기보다 먼저 고용을 줄인다는 의견도 많다. 이런 부분을 정교하게 봐야 했다. 다만, ‘소득주도 성장’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과 같은 지엽적인 이슈로 2년을 논쟁했다. 이젠 소모적인 논쟁은 그만했으면 좋겠다.”




Q : 남북 경제 협력이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A : "국민이 너무 큰 기대감을 갖게 해선 곤란하다. 단기적으론 도로·철도 건설 등 투자가 일어나겠지만, 이 길을 활용해 거래가 일어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북한 관련 통계도 불충분하다. 경제학자들도 북한 경제에 대한 연구와 이해가 더 많이 필요해 보인다.”




Q : 위기 국면마다 경제학이 해결책을 제시 못 했다는 비판도 있다.



A : "세계 경제가 레버리지(부채를 이용한 투자)에 의존한 성장을 했다. 선진국에선 금리를 낮춰 돈을 풀었는데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 미·중 패권경쟁 등도 예측 불허다. 기존 경제학으론 설명이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경제학이 정치학·사회학·인류학·경영학 등 다른 학문과 힘을 합쳐야 한다. 학회장 취임 이후 다른 학술단체와의 융합 학술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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