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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푸틴, ‘INF 탈퇴’ 美에 “미사일 유럽 배치되면 우린 美 겨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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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를 선언한 미국에 20일 경고를 날렸다. 미국이 유럽에 중거리 핵미사일을 배치하면 러시아도 미국을 겨냥한 중거리 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달 1일 핵전쟁 위협을 줄여준 국제 조약인 INF를 공식 탈퇴하면서 신냉전식 군비 경쟁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례 의회 국정연설에서 "미국이 중거리 핵미사일을 유럽에 배치한다면 러시아도 미사일이 주둔한 나라뿐 아니라 미국을 목표로 하는 미사일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본토를 표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고 경고한 셈이다. 이어 "러시아는 대결을 추구하지 않는다. 러시아는 먼저 그러한 미사일들을 유럽에 배치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그러면서 미국의 계획대로 미사일이 유럽 대륙에 배치되면 러시아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부 미사일이 모스크바까지 날아오는 시간은 10~12분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에게 아주 심각한 위협"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INF를 탈퇴한 것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 측은 조약을 일방적으로 탈퇴하기 위해 러시아를 상대로 억지로 만들어낸 혐의를 제기해선 안 됐다"고 지적했다. INF 조약이 폐기 위기에 처한 건 러시아 신형 미사일 개발 탓이 아닌 미국의 선제적 도발 때문이라고도 주장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일 국무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87년 러시아와 맺은 INF 조약 이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탈퇴 절차는 6개월이 걸릴 예정이다. 미국은 30년 이상 INF 조약을 성실히 지켜왔지만, 러시아가 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혼자 남아있을 수가 없다며 INF 탈퇴 이유를 들었다.

INF는 1987년 12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현 러시아) 공산당 서기장이 맺은 협정이다. 사거리 500~5000㎞인 중거리 핵 미사일의 생산과 실험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다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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