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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협업능력을 묻는 항목, 회사·직군의 필수 덕목과 연결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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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는 '뒤로 넘어져도 합격만 하면 된다' '모로가도 합격만 하면 된다'는 비장한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당신이 가진 스펙은 더 이상 바꾸기 어렵습니다. 우린 자소서로 승부를 봐야 합니다. 자소서로 합격을 만들어 냅시다. 합! 격!


[현직 기자가 코치하는 특급 자소서-3] 지난번 글에서 기자는 '본인의 가치관과 성장과정' 즉 '본인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번 더 복습하면 해당 문항은 "자애로운 부모님 밑에서 성실하게 자랐다~"로 쓰는 것이 아니라 (1)'내 가치관은 이거야' → (2)'그 가치관을 만들기 위해 난 이런 일들을 벌여왔어' →(3)'그 결과 난 이런 사람이 됐어'의 3단 구조로 당신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자소서의 두 번째 항목인 '지원동기'에 대해서 파고들어봐야 할 순서다. 하지만 일단 제쳐두겠다. 왜냐면 자소서를 단 한번이라도 써 본 사람이라면 '지원동기' 항목이 제일 어렵다는 것을 안다. 대부분의 지원자가 입사를 원하는 '최애' 회사가 있지만, 바란다고 해서 회사가 그냥 뽑아주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안다. 보통 우리는 "이 정도 회사에는 들어가야지"라는 마지노선을 정해놓고 그 위의 회사들은 대중없이 모두 지원하는 식의 모습을 보여왔다. 가령 마케팅 직군이라면 A회사도 쓰고, 경쟁 상대인 B·C·D회사도 쓴다. 결국 내가 왜 B가 아니라 A를 지원했는지에 대한 고민은 없다. 마지노선 위의 마케팅 회사라면 어디든 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이다. 그래서 더 문항을 작성하기 막막해진다. 여튼 일단 제쳐두겠다. '지원동기 박살내기'가 궁금한 사람들은 주욱 기사를 정주행하길 부탁한다.

이번 편에서는 '본인이 소속된 조직에서 타인과 협력을 통해 공동의 목표를 추구했던 경험과, 이를 통해 깨달은 점이 있다면 기술해 주십시오'라는 항목을 살펴보겠다. 보통 자소서 문항의 세 번째 항목이다. 유사한 문항으로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성공적으로 협업을 이루었던 경험이 있다면 무엇이며, 그 결과는 어떠하였는지 서술하십시오' '본인이 생각하는 리더십은 무엇이고, 리더십을 발휘해 다른 사람들과 협업을 이뤘던 경험을 서술하시오' 등이 있다.

질문들이 관통하는 지점은 같다. 당신이 어떤 조직의 조직원으로서 역량을 발휘해본 적이 있느냐는 것이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해보자. 일반적인 경우라면 대학시절과 같은 학창시절을 의미할 것이다. 당신이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소기의 성과를 내 본 경험이 있느냐고 묻고 있다. 대학시절의 연관 검색어를 떠올려보면 '팀플과제' '동아리' '국토대장정' '독서모임' '학생회' 등이 떠오른다. '아르바이트' '인턴' '회사' 등 경험도 좋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어떤 조직에 몸 담았고, 그 조직에서 어떤 인상적인 경험을 했다. 그 경험에서 어떤 가치를 가졌다는 것을 적절하게 배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조직원의 장으로서, 혹은 조직원으로서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했는지를 보여주고, 마지막에 거기서 배운 가치는 한두 줄 덧붙이는 형태다. 자 사례를 보자.

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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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2학년 여름, 몽골 바양노르로 한 달간 해외 봉사를 떠났습니다. 여섯 명으로 구성된 팀의 일원으로서 사막화를 방지하는 조림사업을 돕고, 초등학생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현지인 대학생이 통역을 도왔지만, 전혀 말이 통하지 않은 탓에 원활한 교육을 진행하기 어려웠습니다. 대화가 어려워서 주로 태권도와 같은 몸으로 움직이는 교육을 준비했습니다.

몽골은 매년 7월마다 씨름, 말타기, 활쏘기 경기를 하는 나담축제라는 국가적인 행사를 즐깁니다. 봉사활동 지역인 바양노르의 대표는 한국에서 온 청년들이 아이들과 함께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기념 공연을 해주기를 원했습니다. 꼬박 하루가 넘는 팀원들과의 밤샘 토론 끝에 한국의 멋을 알리는 태권도 시범을 보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갓 발차기를 하는 아이들에게 짧은 시간 내에 모든 동작을 가르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또 '군' 단위의 소규모 지역이었지만 국영 방송이 태권도 시범을 촬영해서 방영하기로 예정돼 있었습니다. 저와 팀원들은 일주일 남짓한 시간을 밤을 새우며 '하기 쉽지만, 절도 있는' 동작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삼십여 명의 아이들이 카메라와 겹치지 않도록 최대한 간결한 동선을 만들려고 토의했습니다. 행사 당일 날, 생각보다 많은 관객과 비좁은 행사장 탓에 몹시 긴장했습니다. 저는 평소보다 더 큰 목소리로 웃고 장난치며 팀원과 아이들을 최대한 편안하게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중간에 잔 실수는 잦았지만 연습한 대로 무사히 공연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몽골에서의 예기치 못한 경험은 돌발상황에서의 위기 대처 능력과 기획력을 키우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사례는 늘 임의로 뽑는다. 기자의 자소서 혹은 기자 주변인들의 자소서다. 문장력이 부족할 수도 있다. 일단 어떤 방식으로 구성됐는지에 주력하면 된다. 좋은 문장으로 글 쓰는 것은 그 다음 순서다.

해당 사례에서 글쓴이는 몽골 지역으로 봉사활동을 떠난 경험을 썼다. 6명으로 구성된 팀원의 일원으로서 어떤 일을 했는지를 명시적으로 썼다. 조림사업을 했고, 몽골 현지 초등학생에게 태권도 교육을 했다고 썼다. 그 중에서도 특히 몽골에서의 축제를 준비하는 프로젝트를 보여준다. 팀원들과 밤샘토론을 통해 태권도 시범을 하기로 결정했고, 삼십여 명의 아이들이 카메라와 겹치지 않도록 동선을 짰고,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더 큰 목소리로 파이팅을 보여줬다. 결국 무사히 공연을 마무리했다는 내용이다.

특징이 보이는가? 어떤 특별한 환경에서 주어진 프로젝트를 헤쳐나가는 모습을 관찰자의 모습에서 주욱 써 내려가고 있다. 당시에 어떤 기분이었는지도 중간중간 덧붙인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 경험을 토대로 '돌발상황에서의 위기대처 능력'과 '기획력'을 배웠다고 결론 맺는다.

몽골의 축제에서 선보일 태권도 연습 사례를 고르고, 관찰자의 시선에서 보여주는 모든 것들이 결국 '위기대처능력'과 '기획력'을 보여주는 사례기 때문에 고른 것이다. 분명 해당 글의 글쓴이는 기획자나 돌발상황에서의 빠른 상황 판단력이 필요한 일을 지원한 사람일 것이다. 실제로 이 친구는 PD 지망생이었다.

방금 중요한 부분을 언급했다. 어떤 조직원으로서 협업 상황을 보여줄 사례를 골라내는 건 본인이 지원한 직군 혹은 본인이 지원하는 회사의 입장에서 지원자가 가지고 있어야 할 덕목과 연결되어야만 한다. 내가 마케팅을 지원하면 마케팅 직군과 연결되는 핵심 가치와 내가 조직원으로서 협업 능력을 보여준 사례가 연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전체 자소서 항목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나의 가치관, 나의 지원동기, 나의 협업 능력 등은 모두 하나의 콘텐츠로 묶여야 한다. 그래야 읽는 사람이 '글맛'이 있다. 쓱 읽어봐도 일관성 있게 느껴진다. 어려운가? 지치지 말자. 아직 시리즈 제대로 시작도 안 했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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