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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2차 미북정상회담 D-6]의제 협상팀 하노이로 속속 집결...협상 테이블에 뭐가 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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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정상회담 공동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맨 왼쪽은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 맨 오른쪽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트럼프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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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미·북 정상회담을 6일 앞둔 21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미·북 의전협상팀이 막바지 조율에 들어선 가운데 의제협상팀도 하노이로 속속 집결하고 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는 19일(현지시각) 하노이를 향해 출발했고, 비건 특별대표의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도 베이징을 거쳐 21일 하노이에 도착한다.

비건 대표와 김혁철은 지난 6~8일 평양에서도 실무협상을 했었다. 하지만 당시 협상에선 정상회담에서 다룰 구체적인 의제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건 대표는 "북측과 12개 이상의 문제와 관련해 논의했다"면서도 "첫 실무회담에선 양측이 무엇을 원하는지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견을 좁히는 것은 다음 협상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2가지 의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진 않았다. 하지만 영변 핵시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폐기와 사찰, 검증뿐 아니라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로 대북 제재완화, 미북 연락사무소 설치, 유해송환 등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①‘영변+α’와 상응조치 접점 찾아야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선 영변 핵시설 폐기와 그에 대한 상응조치가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도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먼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얘기한만큼, 논의는 영변에 먼저 집중된 뒤 다른 사안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작년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를 언급한 바 있다.

대북제재 완화는 북한이 원하는 상응조치로 꼽힌다. 북한은 비건 대표와의 1차 실무협상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의 대가로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등 대북 제재완화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업 재개를 통해 현금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미국은 영변 핵시설 폐기 뿐 아니라 이에 대한 신고·검증, 아직 알려지지 않은 추가적인 핵 물질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변 핵시설만으론 부족하고 ‘+α’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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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24일 한·미·영·중·러 5개국 기자단 3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 폐기했다. /사진공동취재단


②비핵화-보상 선후관계도 쟁점

핵 폐기와 이에 대한 보상의 선후 문제도 미·북 회담의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작년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를 언급하긴 했지만 여기엔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이라는 단서가 붙어있다. 북한 매체들도 그동안 "우리가 과분할 아량을 베풀었으니 이젠 미국이 행동할 차례"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달성할 때까지 제재 완화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19일(현지시각)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제재완화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하다"면서도 "우리는 제제에 관해 분명히 해왔다.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결과를 달성할 때까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20일(현지시각)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를 해줄 의향이 있지만 그 전에 북한에서 유의미한 조치를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③北에 종전선언 대신 불가침선언 제안

지난 6~8일 평양에서 열린 미·북 실무 협의에선 미국 측이 미·북 양자 간 불가침 선언과 평화 선언 채택을 북측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14일 "미국은 당초 종전선언을 검토했지만 미·북 정상회담일까지 전쟁 당사국들과의 조정이 어렵다고 판단해 이같은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한국, 중국의 참여까지 거론되는 종전선언과 달리, 불가침선언의 경우 미·북 양자의 참여만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교도통신은 또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불가침선언과 평화선언에 합의하는 전제조건으로 영변 핵시설에 대한 국제사찰 수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이 제안한 불가침 선언과 평화 선언은 종전선언과 마찬가지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 북한은 그동안 법적 구속력이 있는 평화협정을 요구해왔지만 이는 미국 의회에서 승인될 가능성이 낮아 미국이 이와 관련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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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에서 2박 3일간 실무 협상을 벌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019년 2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에서 열린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에게 협상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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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美언론들 "연락관 교환, 연락사무소 개소 검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이 북한에 연락사무소를 열려고 하고 있다"며 "연락사무소 설치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논의할 패키지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CNN도 "미국과 북한이 연락관을 교환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 측에서 북한에 사무소를 설치하기 위해 여러명의 연락관을 파견할 것"이라며 "관련 계획이 진척된다면 해당 팀은 한국어를 구사하는 고위급 외교관이 이끌게 될 것"이라고 했다.

통상 연락사무소 설치는 국교정상화로 가는 수순으로 해석된다.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 때도 비핵화의 단계별 진전에 따라 연락사무소를 교환·설치하기로 하고 상대국 내에 부지까지 물색했다. 하지만 그해 말 미군 헬기 격추 등에 따른 미북 간 긴장 조성으로 북한이 연락사무소 관련 계획 전체를 취소하면서 무산됐다.

⑤한국전쟁 전사자 유해송환도 회담 의제로

이번 미·북 정상회담에선 6·25 때 전사한 미군 유해를 송환하는 문제도 의제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0일 '한국전쟁과 냉전시대 전쟁포로와 실종자 가족연합회' 도나 녹스 국장이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 관계자로부터 미북 정상회담에서 유해 송환 문제를 의제로 다룰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작년 6·12 정상회담에서 '신원이 이미 확인된 전쟁포로, 전쟁실종자들의 유해를 즉각 송환하는 것을 포함해 전쟁포로, 전쟁실종자들의 유해 수습을 약속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유해송환은 북한의 비핵화와 큰 상관은 없는 조치지만 미국 정부가 전사자들을 잊지 않고 계속 찾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국내 정치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다. 또 유해송환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북한을 어떻게 믿느냐는 미국 내의 불신도 상당부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작년 6·12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지난해 8월 미군 유해 55구를 미국으로 보냈지만, 이후 추가적인 유해 발굴·송환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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