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유리 제조업체 아사히글라스 구미공장에서 해고된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지난 11일 대구 수성구 대구지검 앞 인도에서 업체 기소와 복직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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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검찰 등에 따르면, 대구지검 김천지청은 아사히글라스와 과거 하청업체인 GTS 대표, 각 회사 법인을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혐의로 지난 15일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 회의실에서 회의를 열고, 3년6개월째 복직투쟁을 벌이는 아사히글라스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불법파견 혐의를 받는 원청업체를 기소해야 한다고 결정한 바있다. 수사심의위는 검찰 수사에 대한 중립성 확보 및 수사권 남용 방지를 위해 지난해 1월 도입됐다.
2015년 6월 당시 아사히글라스 협력업체 GTS는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178명에게 노조 결성 1개월 만에 문자메시지로 해고 통보했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노조를 꾸리자 부담을 느낀 아사히글라스가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했기 때문이라는 게 노동계의 시각이다.
노동자들은 불법파견 및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아사히글라스를 고용노동부에 고소했고, 노동부는 2년 후인 2017년 9월 “아사히글라스가 협력업체 노동자를 직접 지휘·감독하는 것을 금지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위반했다”며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또 해고 노동자 178명을 직접 고용하고 과태료 17억8000만원을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지시를 업체 측에 내렸다. 업체는 이에 불복해 소송에 들어갔다.
노동당국에서 조사 결과를 넘겨받은 대구지검 김천지청은 2017년 12월 파견법 위반 혐의에 대해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노동자들은 즉각 항고했다.
이후 대구고검이 “불기소 처분이 잘못됐다”면서 김천지청에 다시 수사할 것을 명령해 지난해 5월부터 재수사가 시작됐지만 검찰은 10개월째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3년여의 복직투쟁 기간 중 다수의 해고 노동자들이 생계를 이유로 떠났고, 23명만이 남았다.
노조는 오는 3월 일본 아사히글라스 본사 등을 찾아가 ‘원정 투쟁’을 벌이고, 경북 구미 지역민과 현재 구미 공장 2곳의 하청업체 노동자 150여명을 상대로도 원청업체의 위법 사실 등을 알린다는 방침이다.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지회장은 “기소까지 3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 만큼 신속하게 재판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법원은 주로 벌금형 등을 해온 관행에서 벗어나 무거운 처벌을 내려, 불법파견 행위로 고통받는 노동자가 더 이상 없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사히글라스는 법원의 판단을 기다릴 게 아니라 불법파견 사실을 인정하고 해고자 복직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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