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54~74세 고위험군…2년마다 검진
저선량 CT 검사비용 10%만 부담
“조기 발견으로 사망률 낮출 것” 기대
폐암은 초기 증상이 없어 발견이 쉽지 않다. 정기적인 검진이 조기 발견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헤럴드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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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에 사는 농부 손모 할아버지(70)는 동네에서 소문난 ‘골초’다. 20대부터 매일 한 갑 이상씩 담배를 피운 할아버지는 최근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금연을 선언하고 있지만 40년 이상 친구로 지낸 담배를 떠나보낼 생각이 없다. 하지만 최근 숨이 가쁜 증상이 나타났고 가래도 많아졌다. 미세먼지 탓으로 돌리려는 생각도 있지만 혹시 오랜 흡연력으로 폐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도 든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폐암 검사를 받아볼까도 생각하지만 살림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다보니 10만원 넘는 검사비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손 할아버지처럼 골초에 해당하는 흡연자는 폐암 검사를 만원 정도의 비용만 내고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7월부터 국가 암 검진 사업에 폐암 검사가 추가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국가 암 검진에 폐암이 추가되면 조기 발견율이 높아져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도 떨어뜨리는 효과가 기대된다.
▶매일 1갑씩 30년 이상 피운 흡연자 대상=복지부는 지난 13일 국가 암 검진 대상에 폐암을 추가하는 ‘암 관리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지금까지 국가 암 검진 사업에 포함된 암은 1999년 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에 이어 2003년 간암, 2004년 대장암까지 총 5종이었다. 이번에 폐암이 포함되면 6종으로 국가 암 검진 체계가 확대된다.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오는 하반기인 7월부터 만 54~74세 남여 중 폐암 발생 고위험군은 매 2년마다 폐암 검진을 받을 수 있다. 복지부가 정한 폐암 발생 고위험군은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흡연자를 말한다. 갑년이란 하루 평균 담배소비량과 흡연기간을 곱한 것이다. 즉 30갑년이란 매일 1갑씩 30년을 피웠거나 또는 매일 2갑씩 15년을 피운 경우를 말한다. 여기에 복지부 장관이 폐암 검진이 필요하다고 고시로 정한 사람도 추가된다.
이들은 폐암 검진시 사용하는 저선량CT(컴퓨터 단층 촬영) 검사 비용 중 10%만 부담하면 된다. 약 11만원의 검사 비용 중 1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되는 셈이다. 만약 건강보험료 기준 하위 50% 가구나 의료급여수급자라면 본인부담금이 아예 없다.
장준 연세암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CT 검사를 매년 받으면 초기에 폐암을 발견해 수술이 가능한 경우가 증가하고 수술 후 5년 생존율이 높아져 폐암에 의한 사망률이 20% 감소한다는 것이 입증되었다”며 “흡연자가 흉부 CT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으면 폐암을 더 많이, 그리고 더 일찍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범사업에서 조기 발견율 ‘3배’ 높아진 것 확인=정부는 이번 국가 암 검진에 폐암이 추가되면서 조기 발견율이 높아지고 결국에는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 자체가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8년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폐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1만8000여명으로 전체 암 중 1위였다. 주요 암 중에서 5년 상대생존율은 췌장암(10.8%)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26.7%였다. 5년 상대생존율이란 암환자의 5년 생존율과 일반인의 5년 생존율의 비로 일반인과 비교해 암환자가 5년간 생존할 확률을 의미한다.
복지부가 지난 2017~2018년 2년간 전국 14개 의료기관에서 폐암 검진 시범사업을 실시한 결과 총 1만3345명의 수검자 중 69명의 폐암 환자를 찾아냈다. 이 중 폐암 초기에 해당하는 1~2기 환자의 발견율은 70%로 나타났다. 일반 폐암 환자의 조기발견율(20%)보다 3배 정도 높아진 것이다. 복지부 질병정책과 담당자는 “시범사업을 통해 폐암 조기발견율이 상당히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조기발견이 높아지면 치료로 인한 생존율이 상승해 사망률을 늦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통 20%에 해당하는 폐암의 조기발견율을 조기 단계에서 발견하면 5년 상대생존율은 64%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침ㆍ가래 3~4주 지속되면 병원 찾아야=폐암의 조기발견이 어려운 이유는 초기 증상이 없어 알아채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세훈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폐는 감각신경이 없는 장기여서 결핵이나 감염 등으로 손상되어도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며 “기침이나 가래와 같은 증상은 다른 폐질환에서도 나타나기 때문에 폐암에 의한 특이한 증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증상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즉 검진을 통하지 않고는 조기발견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조기발견율이 떨어지다보니 병이 상당히 진행된 뒤 발견되고 이로 인해 치료가 쉽지 않아 사망률까지 높아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폐암으로 인한 증상은 반드시 있다. 바로 기침과 가래다. 장준 교수는 “폐암은 종양의 위치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기침, 가래가 대표적”이라며 “만약 기침이나 가래가 3~4주 이상 지속되거나 가래에 피가 묻어 나오면 폐암의 증상으로 보고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광호 대한폐암학회 회장은 “이번 검진 사업에 폐암이 추가되면 치료가 가능한 폐암 1~2기에 찾아낼 수 있는 환자가 늘어날 것”이라며 “이는 폐암 사망률을 낮추는데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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