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층 3분의 2, "한국당 태극기 부대와 단절해야"…극우·막말 전당대회 흥행, 당 외연 확장엔 부담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자유한국당은 '태극기 부대'와 단절해야 한다."
중도 층 66%가 한국당의 태극기 부대 단절론에 힘을 실었다. 태극기 부대 포용론은 19%에 머물렀다. 리얼미터가 tbs교통방송의 의뢰를 받아 20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2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다.
리얼미터는 "(전체 의견은) 단절해야 한다는 응답이 57.9%로 포용해야 한다는 응답 26.1%의 두 배 이상으로 집계됐다"면서 "한국당이 태극기 부대와 단절할 때 중도 층과 무당 층 흡수에 유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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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는 한국당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이른바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일부 세력이 한국당 전당대회를 쥐락펴락하는 상황을 놓고 국민적인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른바 '집토끼' 결집 효과에는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태극기 부대 단절론과 관련해 한국당 지지 층은 13.5%만 동의했다. 반대 의견은 64.8%에 달했다. 극우 정치 논란으로 이어지더라도 태극기 세력과 함께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당 전대는 극우ㆍ막말 후보가 주도하는 형국이다. 한국당은 홍준표 전 대표 등 5명의 후보가 연이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전대 흥행에 비상등이 켜지기도 했다.
하지만 5·18민주화운동 망언 논란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막말 논란이 불거지면서 여론의 주목도를 높였다. 물의를 일으킨 후보들이 어떤 성적표를 낼지 관심을 받는 상황은 전대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20일 주요 포털사이트의 인기 검색어를 차지한 인물은 한국당 청년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김준교 후보였다. 그는 "저딴 게 무슨 대통령인가"라면서 문 대통령을 향한 원색적인 발언으로 논란의 대상이 된 바 있다.
김 후보는 20일 페이스북에 "(당대표 후보) 사모님들께서도 모두 엄청난 미인"이라며 "그래서 이번 한국당 전당대회는 대성공"이라는 글을 올렸다. 당대표 후보들도 미남이고 배우자들은 엄청난 미인이라고 주장하며 전당대회가 대성공이라는 엉뚱한 결론을 내린 셈이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이날 YTN에 출연해 "김준교씨 같은 경우 0.1%도 득표하지 못할 후보"라면서 "청년 최고위원 후보 등록의 자격 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한국당 지도부(최고위원)를 꿈꾸며 선거에 나섰지만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은 아니었다. 막말 논란이 관심을 받으면서 과거에 SBS '짝-모태솔로 편'에 남자 3호로 출연한 사실이 알려지는 등 인지도 상승 효과를 얻었다.
앞서 김순례 최고위원 후보는 인지도 상승 효과와 관련해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태극기 부대가 지지해 인지도가 올랐다며 좋아한다고 매도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극우 시각의 주장을 펼치거나 원색적인 막말을 통해 대중의 관심을 끄는 행위는 특정 정치인에게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한국당 입장에서는 골칫거리다.
전대라는 대형 정치 이벤트가 희화화되고 당의 비전 경쟁은 관심의 뒷전에 놓이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당의 외연 확장에 부담을 줄 경우 내년 총선과 2022년 대선에 먹구름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얘기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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