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청약단지 중심으로 미계약분 분양수요 몰려
미계약 당첨만 노리는 전문꾼도 기승
비인기 단지의 '묻지마'식 잔여가구 계약은 삼가야
지난 1월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분양한 ‘검단신도시 우미린 더퍼스트’ 아파트 모델하우스 방문객들이 단지 모형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음. 우미건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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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조철현 부동산전문기자] 2만6649명. 얼마 전 대구 중구 남산동에서 분양한 ‘남산 자이 하늘채’ 아파트의 미계약분 44가구에 몰린 숫자다. 경쟁률은 605.65대 1.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m²A타입의 경우 26가구 모집에 2만486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무려 787.92대 1에 달했다.
주택시장 침체 속에서도 주요 분양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수요자들의 ‘잔여가구’(미계약분) 확보 열기가 뜨겁다. 최근 인기 단지에서 청약 부적격 및 계약 포기로 인한 잔여가구 추첨에 구름 인파가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미계약분 확보 경쟁이 치열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자격 조건이 까다롭고 가점제 적용을 받는 일반 청약과 달리, 미계약분은 청약통장 유무나 거주 지역에 상관없이 만 19세 이상이면 추첨을 통해 누구나 분양받을 수 있다. 신청 방법도 간단하다. 인터넷으로 간단한 절차에 맞춰 신청할 수 있다. 직장에서도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잔여분 분양을 노릴 수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높아진 청약 문턱을 뛰어넘지 못한 투자자들이 미계약 물량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잔여가구만을 노리는 이른바 ‘줍줍’(줍고 또 줍는다의 신조어) 전문 투자자까지 형성되고 있다는 게 분양업계의 설명이다.
분양시장에서 미계약 물량이 인기를 끌자 이를 활용하며 잔여가구 판촉에 열을 올리는 아파트 단지들도 늘고 있다. ‘미계약분을 잡으려는 수요가 많은 만큼 우리 단지도 서둘러 분양받으라’는 식이다. 최근 들어선 수도권에서도 미분양 물량이 늘면서 잔여가구 판촉에 나서는 단지가 많아졌다.
문제는 미계약분에 수요가 몰리는 아파트는 순위 내 청약 때 경쟁률이 꽤 높았던 단지라는 사실이다. 위에서 예로 든 ‘남산 자이 하늘채’만 해도 지난달 일반분양 551가구 모집에 1순위에서만 4만6469명이 몰려 84.34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런데 잔여가구 분양 마케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단지는 대부분 순위내 청약경쟁률이 낮았고 미분양 물량도 많은 곳이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청약 인기 단지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계약분 발생 단지의 투자 가치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묻지마 식으로 잔여물량을 분양받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미계약분은 기본적으로 미분양 물량인 만큼 미분양 원인이 경기 침체에 따른 것인지, 또는 교통이나 교육 여건, 생활시설 등 주변 입지나 환경 때문인지 살펴 옥석 가리기를 한 후 계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시적 공급 과잉이나 경기 침체로 인해 미분양되는 경우 그 요인이 해소되면 몸값도 점차 오르겠지만 주변 아파트와 비교해 분양가가 지나치게 비싸거나 입지가 좋지 않은 경우는 피하는 것이 좋다.
더욱이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미계약분 아파트에 당첨된다고 해도 전매 제한 때문에 입주 때까지 팔지 못하고 실거주 2년을 채워야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단기 차익 목적이라면 쉽지 않은 투자 방법인 것이다.
유의할 점은 또 있다. 미계약 잔여 물량을 계약하면 아파트 청약 시 유주택자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미분양·미계약분을 분양받으면 청약통장은 그대로 살아 있지만 미계약분은 분양권만 보유해도 유주택자로 간주해 규제지역에서 1순위 청약 자격 제한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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