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난 등 현황파악 불가능
임대인 수입에 과세도 철저히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017년 7월 취임 직후 ‘전월세상한제’ 도입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전월세 등 주택 임대를 주택 거래 신고제처럼 투명하게 노출되는 시스템을 먼저 구축할 방침”이라고 설명한 적이 있다. 전월세 임대료, 계약기간 등이 세부적으로 드러나는 신고 의무제가 도입돼야 전월세상한제 도입도 실효를 거둘 것이란 판단이었다. 김 장관이 추진하겠다고 한 전월세 거래 신고 제도 도입이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21일 “지금처럼 자발적인 임대사업자 등록 정책으로는 임대료 전반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전월세 거래도 주택 거래처럼 실거래가 신고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월세 거래에서 임대차 계약의 투명성을 높이고, 임대인의 월세 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전월세 내역이 공개되면서 세원도 노출돼 그동안 임대소득세를 내지 않던 사람도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전월세 정보를 세입자가 동사무소에 신고하는 확정일자와 월세 세액공제 자료에 의존했다. 문제는 확정일자를 받거나 월세 세액공제를 신청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임대정보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이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사람은 표준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해 3개월 이내 신고해야 하지만 일반 임대인은 아무런 의무가 없다.
한국감정원 주택임대차정보시스템(RHMS)에 따르면 현재 전체 임대주택(673만가구) 중 공부상 임대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주택은 22.8%(153만가구)에 불과하다. 77.2%(520만가구)는 임대차 신고가 이뤄지지 않아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없다.
일선 중개업소에 따르면 신고하지 않는 경우는 보증금이 소액이어서 보증금 보호 필요성이 적은 경우나, 반대로 보증금이 고액이어서 자금 출처 조사 등 증여세 추징을 당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등이다.
정부는 전월세 실거래가 신고가 의무화 제도가 시행되면 주택 임대인에 대한 월세 수입에 철저한 과세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임대차 시장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어 최근 발생하는 ‘역전세난’ 등 다양한 상황에서 임차인 보호 대책 등 좀 더 정확한 정책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 주택 매매시장에서도 2006년 실거래가 신고 제도가 도입된 이후,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등 과세 체계가 투명해 졌다. 전월세가 실거래가 신고 의무 제도 도입 시기에 대해서는 국토부 어명소 대변인이 “상반기 입법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혀 상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제도는 의원입법 형태로 개정안을 발의해 법제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신고 대상은 우선 주택으로 한정하고, 오피스텔이나 고시원 등 비주택은 신고 의무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전월세가 의무 신고제 도입에 따른 집주인들의 저항, 세 부담에 따른 임대료 전가 가능성, 임대시장 위축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종합부동산세 등 다주택자들의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상황이어서 이중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야당의 반발이 예상돼 제도가 빠르게 시행될 수 있을 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국토부는 이에따라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충격을 줄이기 위해 전국에 걸쳐 전면적으로 도입할지, 서울 등 특정지역부터 시작해 순차적으로 도입할 지에 대해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박일한 기자/jump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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