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9 (화)

'카톡·페이스북서 모욕’·‘개인사 뒷담화’도 직장 내 괴롭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7월 시행…고용부 매뉴얼 마련

10인 이상 사업장 '취업규직'에 내용 담아야

우위 이용해 개인적 업무 반복 지시도 인정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A씨는 후배인 B씨에게 술을 사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반복적으로 요구했다. A씨는 “아직도 날짜를 못 잡았느냐”, “성과급의 30%는 선배를 접대하는 거다”란 말로 B씨를 압박했다. 심지어 B씨가 술자리를 만들지 않자 시말서, 사유서를 쓰게 했다.

금융기관 직원인 C씨는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 때 휴직 전 담당하던 업무가 아닌 창구 안내와 총무 보조업무를 맡았다. D 전무는 C씨를 제외한 다른 직원만 참석한 회의에서 C씨를 퇴출하기 위해 따돌림을 지시했다. 책상을 치우고 창구에 앉지 못하도록 지시했다. D전무는 C씨를 직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C씨는 우울증을 앓다 결국 퇴사했다.

두사례 모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는다.

21일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이 올해 7월 16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을 발표했다.

이번 매뉴얼은 그 동안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기초 안을 마련한 후, 간담회 개최 등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듣고 반영해 만들어졌다.

매뉴얼은 법에 따른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을 분석해 어떤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할 수 있는 내용, 직장 안에서 해결절차를 마련할 때 고려해야 하는 사항 등을 담았다. 취업규칙 작성 시 참고할 수 있는 표준안도 포함했다.

이데일리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입법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판단기준, ‘우위’를 이용 ‘업무상 적정 범위’ 넘은 행위

직장 내 괴롭힘 개념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 지위·관계 등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다.

특히 사용자 뿐 아니라 근로자도 법상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가 될 수 있다. 사용자·근로자 사이, 근로자·근로자 사이에 발생한 경우다. 특히 사용사업주·사용사업주 소속 근로자와 파견 근로자 사이에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이때도 근로기준법에 따른 조치의무를 사용사업주가 부담한다.

괴롭힘이 발생한 장소가 반드시 사업장일 필요는 없다. 사내 메신저·SNS 등 온라인에서 발생한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직접적인 지휘 명령 관계에 놓여있지 않아도 회사 내 직위·직급 체계상 상위에 있음을 이용했다면 지위의 우위성을 인정할 수 있다.

반복적으로 개인 심부름을 시킨다거나 근로계약 체결시 명시한 업무와 무관한 일을 근로자 의사에 반해 지시하는 행위가 반복되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은 것으로 본다. 사회통념상 상당하지 않은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지속적인 폭언·욕설을 수반한 업무 지시를 한다거나 집단 따돌림, 업무수행과정에서의 의도적 무시·배제하는 행위 등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으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이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업장 법 시행 전까지 ‘취업규칙’ 만들어야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상시 10명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사업장에서는 취업규직에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취업규칙에는 △사내에서 금지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관련사항 △직장 내 괴롭힘 사건처리절차 △피해자 보호조치 △행위자 제재 △재발방지조치 등을 담아야 한다.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을 만들지 않으면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직장 내 괴롭힘 발생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사내 해결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 피해자 의사에 따라 조사 등의 조치가 이뤄지면 된다. 유사한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행위자에 대한 재발방지 조치, 전반적인 조직문화·제도의 개선을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내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취업규칙을 우선 만들도록 했다. 회사는 사건을 조사해 피해자 보호 조치 등을 만들어야 한다”며 “만약 피해자가 사내에서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지방고용 노동관서 등에 신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매뉴얼에는 취업규칙 표준안을 포함했다. 사업장에서는 상황에 맞는 체계를 설계하고 이를 반영해 규정하면 된다.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고, 사용자는 취업규칙에 따라 조사를 진행하게 된다. 직장 내 괴롭힘이 확인되면 행위자에 대한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사용자는 조사하는 동안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한 근무장소 변경·유급휴가 명령 등 조치를 해야 한다.

이데일리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예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상담센터 등 위한 내년 예산 반영” 예정

법적인 의무는 아니지만 중요한 예방 조치로 전 직원 대상 직장 괴롭힘 예방교육 실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고용부는 강조했다. 직장 내 괴롭힘 예방 조치를 위해 사업주 등 최고 경영자가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정책 선언문, 윤리강령 등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 근절 메시지를 선언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만약 대표이사 등 최고 경영자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로 지목되면, 감사가 회사의 비용으로 조사한 후 이사회에 보고하는 방식을 채택하면 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양진호 사건과 같이 형사사건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은 그에 따른 절차로 진행하면 된다”며 “직장 내 괴롭힘 여부를 파악하기 애매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사내에서 취업규칙에 따라 해결하고, 예방 교육과 캠페인 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지방고용관서는 취업규칙 심사를 통해 사전 점검을 실시하고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사업장 감독·실태를 진단할 수 있다. 피해자가 피해 신고를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 처우를 당하면 관련 조사를 통해 형사처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시행을 앞두고 지방고용 노동관서의 업무처리 프로세스를 정비하고 감독관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내년도 예산에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전문 상담 기능을 수행하는 상담센터나 EAP 제도를 내실화 하기 위한 행정적 지원 체계 구축이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