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연구개발에서 상용화까지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다. 현재 에너지원으로 쓰이고 있는 원자력 발전과 달리 핵융합 발전 상용화는 2050년쯤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오랜 시간이 필요한 까닭은 핵분열과 달리 인공태양으로 불리우는 핵융합 반응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외 핵융합 석학들은 프랑스 카다라쉬에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 ‘이터(ITER)’가 2035년 실제 에너지 발생 여부에 따라 인류의 미래가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이터는 핵융합에너지의 대량 생산 가능성을 실증하기 위해 한국, 미국, EU 등 7개국이 공동으로 건설하는 초대형 연구개발 프로젝트로 최근 공정율 60%에 도달했다.
이경수 ITER 국제기구 기술총괄 사무차장이 20일 KSTAR 10주년 기념식 기자간담회에서 핵융합 에너지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
이경수 이터 국제기구 기술총괄 사무차장은 20일 국가핵융합연구소가 주최하는 ‘K-STAR 콘퍼런스 2019’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류는 결국 핵융합 에너지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데 21세기 내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이터는 2025년 첫 플라즈마 발생 실험을 진행해 2028~2035년이면 수준 이상의 에너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플라즈마는 원자핵과 떨어져 자유롭게 움직이는 물질의 4번째 상태다. 우주 99%를 차지하고 있으며, 초고온 상태에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이러한 플라즈마를 핵융합 장치 내에서 초고온·장시간 운전하는 것이 핵융합 상용화의 핵심이다.
실제 이터의 프로토타입으로 알려진 우리나라의 핵융합장치 ‘케이스타(KSTAR)’는 2008년 첫 플라즈마 발생에 성공했으며, 올해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 운전을 실현했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초고온 플라즈마 운전시간을 300초까지 늘리는 연구를 진행한다.
이터 역시 이러한 단계를 밟는다. 이터는 지금까지 케이스타의 연구 결과를 활용해 대용량 에너지 실증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이터의 경우 소규모인 케이스타와 달리 축구장 60개가 들어설 수 있는 42만 제곱미터(㎡) 대지 위에 짓는 대형 시설로 핵융합로 규모만 지름 28미터(m), 높이 24(m)에 달한다.
이날 이터의 유럽지역 핵융합 연구컨소시엄인 ‘유로퓨전(EUROfusion)’의 총괄 책임을 맡고 있는 토니 도네(Tony Donne) 프로그램 매니저는 "실제 핵융합에너지 연구를 해보니 어려운 문제들이 많이 있어 전기 생산 계획이 처음보다 늦어지기도 했다"며 "핵융합 연구의 속도는 조금 변경될 수 있으나 우리가 일정 수준 이상의 과정에 도달한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그는 핵융합 상용화 우려에 대해 "정책관계자들이 2035년 이터를 통해 실제 핵융합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으로 본다"면서 "이후는 예산 확보도 수월하고, 늘어난 예산으로 상용화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경수 이터 사무차장은 한국이 지금 핵융합 연구에 힘을 더 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선의의 경쟁자인 중국과 일본의 영향도 적지 않다. 중국은 정부가 2000여명의 핵융합 연구인력 양성에 본격 나섰고, 핵융합 연구를 먼저 시작한 일본도 내년 케이스타와 동일한 방식이면서 규모는 확장한 핵융합장치 ‘JT-60SA’를 완성할 예정이다.
이 사무차장은 "현재 이터를 핵융합 상용화가 가능하도록 보수적으로 만들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 발생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케이스타는 이터가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게 되는 시점에 고효율 기술 업그레이드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가져온 연구 성과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터의 연구성과를 케이스타에 이어 나가야 하지 않겠냐"며 "우리나라도 핵융합 연구의 마중물이 될 수 있는 신규 인력을 확보해 이터와 케이스타간 인력 파견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환 기자(tope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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