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2018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그래픽=박경민·김현서 기자 minn@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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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소득 하위 40%(1~2분위) 가구 벌이가 줄었다.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 월평균 소득은 123만8000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7.7% 하락했다. 2분위(소득 하위 20~40%) 가구 소득은 277만3000원으로 같은 기간 4.8% 떨어졌다. 반면 소득이 많은 4분위(소득 상위 20~40%)ㆍ5분위(상위 20%) 가구의 4분기 벌이는 1년 전보다 각각 4.8%, 10.4% 늘어난 557만2000원, 932만4000원이었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1분위 소득 감소 폭, 5분위 소득 증가 폭이 각각 15년 만에 최대치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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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증감을 좌우한 건 일자리였다. 취약계층 일자리는 줄었지만, 고소득층 일자리는 증가했다. 4분기 가구당 취업자 수는 1분위 0.64명, 2분위 1.21명으로 각각 1년 전보다 20.9%, 7.6% 떨어졌다. 특히 1분위 가구주의 55.7%가 무직 상태였다. 1년 전보다 12.1%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4분위 가구당 취업자 수는 1.79명, 5분위 2.07명으로 각각 1.1%, 2.4% 늘었다. 그 결과 1분위 근로소득이 36.8% 급감했고, 5분위 근로소득은 14.2% 늘었다. 취업자가 늘어난 고소득층이 임금 인상 효과를 많이 누린 셈이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인건비 부담이 커진 기업이 채용을 줄였고, 저소득층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취약계층 일자리가 줄어든 건 최근 고용 동향 지표와 비슷한 흐름이다. 지난달 ‘임시직’ 근로자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21만2000명 줄었다. 상대적으로 나은 일자리인 ‘상용직’ 취업자 수는 같은 기간 27만9000명 늘었다. 1분위 계층이 주로 일하는 임시직 일자리는 계속 주는데, 고소득층이 주로 일하는 상용직 일자리는 늘어나는 추세다.
‘소주성’ 기조를 고수하는 정부가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는데도 소득 분배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2017~2018년에 걸쳐 본 예산 중 일자리 예산 약 36조원과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 15조원, 일자리안정자금 3조원 등 고용창출과 저소득층 지원에 54조원을 썼다. 올해 일자리 예산은 역대 가장 큰 폭(22%)으로 늘린 23조5000억원을 편성했다. 김영훈 기획재정부 정책기획과장은 “지난해까지 정부의 저소득층 지원 방안 중 기초연금 인상, 주거급여 개선만 반영됐지만 올해부터 아동수당이나 노인일자리 확대, 기초연금과 장애인 연금 인상 등이 반영될 예정이어서 저소득층 소득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통계 발표 직후 열린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서 "분배 상황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정부 정책 집행에 매진하겠다"며 "민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경제활력 제고, 규제 개혁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경기가 둔화하고 고용 시장마저 위축하는 상황에서 재정을 확대해 국민 소득을 끌어올리는 대책은 역부족이란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며 “분배를 개선하려면 민간의 고용ㆍ투자를 늘리는 데 정책 초점을 맞춰 질좋은 일자리부터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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