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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첫사랑부터 사건이 있었던 날까지, 그동안의 연애에 대해서 뭐든 좋으니까 가르쳐 줬으면 해요. 상처받은 일, 가장 기뻤던 일, 싫었던 일, 기억나는 대로 뭐든."
일본 작가 시마모토 리오(36)의 장편소설 '퍼스트 러브'가 번역·출간됐다.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 숨겨진 폭력의 굴레와 억눌린 아픔을 그린 작품이다. 이 소설로 시마모토는 지난해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아나운서 지망생인 여대생 '칸나'는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고, 이 사건은 언론에 보도된다. 임상 심리 전문가 '유키'는 출판사로부터 사건의 논픽션 집필을 의뢰받는다. 피의자의 국선 변호인으로 시동생 '가쇼'가 선임됐음을 알게 된다.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기 위해 그와 함께 칸나의 과거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피의자 칸나는 모호한 진술을 한다. 진실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살인 사건을 추리하는 형태로 전개되지만 작품의 저변에는 등장인물들의 유년기 학대 경험과 치유, 첫사랑의 상흔이 깔려 있다. 시마모토는 소설의 인물들이 어린 시절에 겪었던 왜곡된 애정과 무책임한 방임을 살인 사건의 표면 위로 올린다. 이들이 과거와의 진정한 화해로 나아가거나 또는 나아가지 못하는 모습을 세밀하게 담아냈다.
"성인식 날 아침이었어요. 그리고 그 일년 후에 대학 캠퍼스에서 가쇼 씨가 내게 말을 걸었고요. 쓰지 씨가 절반은 맞게, 그리고 절반은 틀리게 봤어요. 나와 가쇼 씨 사이에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건 연애가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생긴 일이었어요. 지금도 후회스러워요. 그렇게 서로가 너무 깊이 상대에게 관여한 게."
옮긴이 김난주씨는 "아버지 살해범 칸나의 이야기가 전면으로 부각되어 있다"며 "부모와 건강한 관계를 밎지 못한 유키와 가쇼 두 인물이 형수와 시동생으로 얽히는 이야기가 중저음처럼 진하게 깔려 있어, 소설의 결을 풍성하게 해주고 있다"고 했다.
"가장 든든한 울타리여야 할 가족의 관계성이 가장 가까이에 있어서 오히려 상처를 주고받는 굴레로 왜곡되었을 때, 사람은 그 굴레에서 어떻게 벗어나 상처를 치유할 것이며, 또 벗어나지도 치유하지도 못한 사람은 무엇을 대물림하게 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답을 시사하는 소설이다." 360쪽, 1만5000원, 해냄출판사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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